대학교 4학년, 기숙사에 머물 때였습니다. 하루는 같은 과 친구랑 기숙사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다들 취직이다 뭐다 예민할 때라 그날도 어김없이 주요 화두는 일자리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한 친구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성익아 너 토익은 치고 있어?" "스펙 관리는?" 제 대답 "아무것도 안 하는데…". 다시 친구의 질문 "그럼 너희 집 부자야? 부모님이 돈 많이 버시나 보네?" "그것도 아닌데…"라는 저의 답변에 친구는 "참, 너처럼 대책 없는 사람도 다 있냐?"며 잔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이제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아니 왜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따라가야 하냐고? 난 몇 년 동안 한 직장만 바라보며 스펙 쌓는 일은 하고 싶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내 직업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변했습니다. 그러자 그 친구는 "참 팔자 좋은 소리 한다"며 웃었고 저는 "그런가?"라며 같이 웃은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졸업을 맞이하고 6개월의 짧은 NGO 인턴생활을 한 뒤, 지금은 '아울러'라는 팀명에 팀원을 모아서 '사람도서관'이라는 아이템을 중심으로 대구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마냥 자유롭고 신날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유로울 줄 알았던 생활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사업 초기라 더 많은 업무량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주말과 공휴일은 이미 반납한 지 오래입니다. 하루 종일 일에만 매달려 있을 때도 많습니다. 그뿐인가요. '창업하면 상관의 눈치 볼 일은 없겠네?'라며 좋아라 했는데 막상 팀의 대표가 되고 대외 활동이 많다 보니 상관 이상으로 눈치 봐야 할 다른 조직팀 구성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더군요.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다시 잠시 방황이 찾아왔습니다. '아! 이게 정말 내가 원했던 것일까? 너무 힘든데? 내가 과연 잘 선택한 것일까? 그래도 이 일은 계속하고 싶은데?' 그렇게 수없이 많은 질문을 되돌리다가 이 일을 시작한 최초의 동인과 지금 주변의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나! 다양한 관계 속에서 제가 치유되고 극복했던 경험들 그리고 이러한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서 '사람도서관'이라는 프로그램의 선택. 그 속에서 꿈꾸었던 다양한 관계 형성으로 사회문제를 풀어보려 했던 초심.
1년 동안 있었던 많은 에피소드들이 떠올랐고 지금은 저 혼자뿐 아니라 그러한 가치에 동조하는 많은 사람들이 1년 전보다 훨씬 많아졌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겨우 1년 4개월. 아직은 초보 중에 초보인 상황이지만 좀 더 부딪혀 볼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결론은 '힘들어도 재밌으니 좀 더 해보자!'입니다.
얼마 전 저한테 잔소리를 들려주던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박성익 요즘 머하노?" 저는 "아! 나 요즘 사람도서관으로 사회적기업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들은 "사람도서관은 무엇이며 사회적기업은 또 뭐냐?"며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보통 'OO기업, OO은행에 취업했다' 한마디만 하면 끝날 설명인데 저는 10∼20분 설명은 기본입니다. 친구들은 다시 "박성익답게 골치 아픈 것 골라서 하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얘기했습니다. 저는 또 "그런가?"라며 같이 웃었습니다.
여전히 지금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해줍니다. "그냥 취업해서 돈 열심히 벌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좋은 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이지요. 전 개인적으로 '나중에도 지금의 마음과 열정이 있을까?'에 관해서는 의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제가 하고 싶은 걸 하지 않아서 느끼게 될 평생 후회가 저는 더 두렵습니다.
앞으로 일은 더 많아질 것이고 관계하는 사람들도 다양해지고, 힘든 일들도 더 발생할 것입니다. 더 많은 고민과 마주하게 될 것이 자명합니다. 중도에 포기하게 될 수도 있고 더 험난한 길을 선택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야 어찌 되었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는 것'의 가장 큰 의미는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의 의지로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는 것의 즐거움이 아닌가 합니다.
박성익/네트워크기획 '아울러' 링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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