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읽기] 지구화된 자본주의 시장

'세상을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 이야기'(How to Change the World: Tales of Marx and Marxism)

에릭 홉스봄 저(2011, 리틀브라운 출판사)

'혁명'의 19세기를 살았던 칼 마르크스(1818~1883)는 '극단'의 20세기를 예견했고, '세계화'의 21세기에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구글 검색 목록에 따르면 마르크스는 다윈과 아인슈타인보다는 덜하지만 아담 스미스나 프로이드보다 더 영향력 있는 지성으로 인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세계에 대한 통합적 혹은 통섭적 인식, 즉 정치적, 경제적, 과학적, 철학적 세계 이해의 선구자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사학자 중 한명인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마르크스가 지금 이 시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며 적실하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20세기 소비에트 러시아 및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국유제 및 명령경제 체제는 마르크스와 아무 관련이 없다. 마르크스는 그의 저작 어디에서도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구체적 모습에 대해 서술하지 않았다. 실제로 국유제가 이루어진 최초의 국가는 자본주의 국가 이탈리아이며, 그것도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던 인물에 의해 이루어졌다. 계획경제 역시 소비에트 러시아에서도 이루어졌지만, 그 시작은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서의 전시경제 체제에서였다. 요컨대 국유제 및 계획경제가 사회주의 고유의 것이 아니며, 더욱이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 요체도 아니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유효성은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분석에 있다. 21세기를 특징짓는, 자본주의적 시장의 전 지구적 확장은 역설적으로, 마르크스가 분석했던 시장이 갖는 불완전성 혹은 내적 모순, 그 주기적 확장과 수축의 지속적 반복을 통한 위기의 일상화, 지구화된 시장에서의 경제력 집중화 경향을 더욱 선명하게 예증하고 있다. 지구화된 세계경제는 사회주의적 혁명이나 사회주의 국가로부터의 위협이 아니라, 거의 아무런 통제 없이, 완전하고 노골적으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는 시장의 본질적 속성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홉스봄의 주장처럼, 사후 129년이 지난 위대한 지성의 분석과 통찰의 힘은 아직 유효한 듯하다. 과연 전 지구적 자본주의 시장은 통제되지 못할 것인가? 그 날것의 힘은 어떻게 제한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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