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예술가의 여행

예술가의 여행/ 요아힘 레스 지음/ 장혜경 옮김/ 김소희 감수/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17세기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 이후, 근대 유럽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여행이 유행처럼 번졌다. 예술가들은 여행을 통해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받았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은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독일의 정통미술사가 요아힘 레스는 최근 15~20세기 초 여행에 매력에 빠져든 13명 예술가의 이야기를 담은 '예술가의 여행'을 펴냈다. 지은이가 선택한 13명의 예술가들은 한때 특권과도 같았던 여행길에 올라 혹독한 시련과 고독에 맞서기도 하고 낯선 이국의 풍경 앞에 가슴벅찬 감동과 환희를 경험한 이들이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기존의 미술사에서 조명받지 못했던 매력적인 그림 속 이야기를 흥미롭게 선보인다. 유럽 외교무대에 선 루벤스와 술탄의 궁전에 초대받은 젠틸레 벨리니, 남극을 탐험한 윌리엄 호지스, 영국과 이탈리아를 넘나든 앙겔리카 카우프만, 타히티에 정착한 폴 고갱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펼쳐진다.

지은이는 시대 순으로 13명의 예술가가 다녀온 여행을 소개한다. 1장에서는 화공에서 예술가로 지위가 격상된 이들의 신분 변화와 여행의 정치적 동기를 만난다. 여기에 바로크 미술의 거장 루벤스와 알브레히트 뒤러, 베네치아의 대표적 화가 젠탈레 벨리니가 있다. 2장에서는 17세기 이후 종교 분쟁과 식민지 영토 확장에 동참한 예술가들의 여행을 다뤘고 3장에서는 산업혁명과 시민계급의 해방으로 적극적 형태를 띠는 예술가들의 여행을 만난다. 이 책은 이제껏 미술사가 주목하지 못했던 '여행'이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예술가의 삶과 명작이 탄생한 창조의 공간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한다. 292쪽, 1만6천800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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