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왕의 얼굴

왕의 얼굴/조선미 지음/사회평론 펴냄

오늘은 미디어가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다. 그렇다면 과거 미디어가 없던 시절, 왕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백성들에게 알렸을까.

저자는 그 중요한 수단으로 왕의 초상화를 꼽았다. 왕의 초상화를 한국과 중국, 일본의 군주 초상화를 서로 비교해가며 그 특징을 소개한다.

명나라를 건국한 주원장은 황제가 되고 자신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를 전국에 배포했다. 그런데 그것은 커다란 턱에 튀어나온 광대, 굵직한 코에 이마도 지나치게 돌출되었으며 피부는 곰보의 상이었다. 위엄있게 그리지 않고 왜이렇게 흉측한 모습으로 황제의 얼굴을 그렸을까. 이것은 중국의 유명한 다섯 산과 방위를 얼굴에 담은 것이다. 자신이 황제가 될만한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얼굴의 오악 부분을 최대한 크게 그렸다.

일본의 천황은 쇼군이 중심인 막부와 대립했다. 천황이 기세를 펼치기는 쉽지 않았기에 복잡한 정쟁의 한가운데 불운했던 군주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일본의 군주 초상은 애도와 추모의 느낌이 강하게 담겨 있다. 표정도 그리 화사하지 않다. 천황으로서 화려함보다 인간적 면모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과는 다르게 극단적인 사실감에 중점을 둔다. 임금을 그리는 어진의 특징으로 '털끝 하나라도 틀리면 그 사람이 아니다'는 정확성에 대한 집요한 추구가 있다. 그래서 피부 주름 하나, 반점 하나 놓치지 않는 정확한 어진이 대다수를 이룬다. 그 이면에는 그림과 사람이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어진은 조금이라도 훼손되면 다시 그리기를 반복했다. 한, 중, 일 군주 초상화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읽을 수 있다. 444쪽, 2만3천원.

최세정기자 beac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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