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醫協 '포괄수가제' 결국 수용은 했지만…

대한의사협회가 보건복지부의 포괄수가제 적용 방침을 결국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포괄수가제 시행일인 7월 1일부터 1주일간 돌입하려던 수술 거부 계획도 철회했다.

지역 의료계는 결국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문제점을 반영해 현 제도를 보완'수정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노환규 의사협회장은 29일 서울 이촌동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포괄수가제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강행하는 7개 질병군에 대한 포괄수가제를 잠정적으로 수용하고, 7개 질병군 비응급 수술을 1주일 연기하기로 한 기존의 방침을 철회한다"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는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의 양과 질에 상관없이 질병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진료비를 동일하게 받는 '진료비 정찰제'다. 정부는 7월부터 모든 병'의원에서 백내장, 편도, 맹장, 항문, 탈장, 자궁,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군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포괄수가제를 실시하기로 했고, 의사회는 이를 반대하며 수술 거부를 결의한 바 있다.

의사협회가 갑자기 기존의 수술 거부 방침을 철회한 것은 국민 여론 조사 결과를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국민 1천1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포괄수가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 절반을 조금 넘는 51%로 집계됐다고 29일 밝혔다. 반대한다는 응답과 '모름'무응답'은 각각 23.3%와 25.6%를 차지했다. 이에 반해 4천여 명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 조사에서는 70% 이상이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의협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노환규 회장은 "수술 연기 방침은 일단 철회하지만 그 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합리적 구조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탈퇴 입장을 고수할 것이며 포괄수가제의 부작용 홍보와 보완'감시하는 노력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노 회장은 포괄수가제 수용 조건으로 정부에 ▷의협이 정부의 의료정책 및 제도의 시행에 있어 전문가 단체로서의 지위와 권위에 대해 인정받아야 할 것 ▷건강보험정책심의위를 독일 등 선진국과 같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 반드시 재구성 할 것 ▷제도의 적절한 보완조치를 위해 지불자(정부 및 사용자)와 공급자(의협)가 동수로 참여하는 포괄수가제도개선기획단을 즉시 구성할 것 ▷향후 1년 내 제도 전반에 걸친 재평가를 시행해서 포괄수가제의 확대, 축소, 폐지 여부를 결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지역의 한 개원의는 "정부가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결국 평균적인 의료서비스의 하락은 피할 수 없다. 포괄수가제 논란은 정부와 의사와의 갈등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지켜내기 위해 나서야 할 문제인데 안타깝다"고 했다.

병원과 의사들간 포괄수가제에 대한 시각차도 나타나고 있다. 한 종합병원 외과 의사는 "현재 정해진 수가대로라면 난이도가 높거나 특수한 수술재료가 필요한 경우엔 수술이 불가능하며 수술을 할수록 적자이기 때문에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병원 관계자는 "탈장이나 맹장염 수술은 의료시장의 판도 변화가 적잖을 것"이라며 "특화된 병원들이 아무래도 환자 유치에 유리할 것"이라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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