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고통스러운 선택

미국의 안보'국방 분야의 민간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중국 군사력의 신장으로 2020년에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 해도 미국 자체의 힘으로 저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카플란은 그 결과 동아시아에 '지구의 반을 차지하는 거대 중국권(圈)'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군사적 우세를 잠식한다면 한국, 일본, 필리핀 등 미국과 동맹 관계에 있는 이 지역 국가들이 미국의 지원을 못 미더워하고 중국에 충성을 맹세할 수 있는 사태가 온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 매우 고통스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전략적 비전'이란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던진 질문도 같은 맥락 속에 있다. 그는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 축소로 위험에 처할 8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꼽고 "미국 쇠퇴로 한국은 고통스러운 선택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선택이란 '중국의 지역적 패권을 받아들여 중국에 더 의존하는 방안'과 '평양과 베이징의 침공에 대한 두려움과 민주적 가치 공유를 바탕으로 역사적 반감에도 일본과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우리로서는 어느 것도 택하기 어렵다. 브레진스키가 말한 중국의 '지역적 패권'이란 중국이 수천 년 동안 주변의 '오랑캐 나라'에 강요해왔던 조공 관계의 현대판 버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중국이 돈을 번 다음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오만한 모습이나 동남아국가들과의 영토 분쟁에서 드러내고 있는 패권적 행태를 보면 이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신종 중화주의를 과연 우리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일본과의 협력 강화 역시 우리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패권주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우리는 '적과의 동침'을 거부할 수 있을까.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전격 연기됐다.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비밀리에 졸속으로 국무회의를 통과시킨 정부의 잘못이다. 연기라곤 하지만 국민 정서상 앞으로 협정 체결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과의 동침'은 국민 정서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택지(選擇肢)의 하나로서 우리를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이 분명 도래할 것이다. 그때 가서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괴로운 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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