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리 해임하라… 한일군사정보협정 폐기하라"

정부, 책임 떠넘기기 공방

정부가 일본과의 서명 직전에 보류시킨 한일군사정보협정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다. 다만 책임자 문책에 대해선 여야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2일 "이번 한일 군사정보협정은 영토 분쟁을 도모하는 국가와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다시는 이러한 혼란이 없도록 만반의 조치를 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그것(한일정보보호협정) 말고도 여러 정책 사안 때문에 국민과 소통이 잘 안 되고 국회와 협의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정부도 정책 환경이 옛날과 같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충분히 이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일부에서는 특히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 당 지도부에 전달되면서 협정이 보류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가 협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은 맞지만 이것이 당 지도부에 전달됐는지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민주통합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책임자 문책과 협정 폐기를 주장했다. 이해찬 당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총리 해임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협정을 폐기해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논의도 없었고 역사에 역행하는 사안을 민주당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21세기에 들어와 한일 군사비밀정보협정을 맺는 것은 역사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1980년대 한미일 삼각안보동맹 수준으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부처와 청와대 간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한 관계자는 1일 "국무회의 비공개 처리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청와대에 여러 번 지적했다"며 "의결 당시 언론에 알리지 않은 것은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외교부는 협정 처리 전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금지)를 내걸고 언론에 먼저 설명하자는 등의 주장을 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일을 적극 추진해왔던 국방부는 입을 닫고 있다. 주무 부처가 외교부로 바뀐 탓이다. 협상의 주무 부처가 국방부에서 외교부로 바뀐 것은 청와대의 지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에서는 이번 협정 체결을 청와대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주도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초부터 협정이 공식 추진된 이후 외교부와 국방부 간에 추진 주체를 놓고 서로 미루자 김 기획관이 협정 체결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잘못이 있다면 모두의 잘못이다"는 식으로 책임 공방을 두루뭉술하게 해결하려 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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