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토막난 주식 거래 '투자 가뭄'

유럽 위기·소비 부진 겹쳐 거래 없어 증권사 구조조정

국내 증권시장이 거래대금 가뭄에 시달리면서 증권사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림픽 특수도 예전 같지 않아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4조538억원으로 시가총액 대비 0.38%에 불과했다. 올 들어 최고 거래대금을 기록한 2월 2일(8조7천759억원)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심지어 지난달 26일에는 3조5천845억원으로 4조원을 밑돌았다. 코스닥 거래대금은 이보다 심각하다. 개인투자자 거래가 줄면서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5천억원 선으로 떨어졌다. 올 2월 고점(3조8천억원) 대비 70%가량 감소했다.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경기 침체에 소비 부진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외국인과 기관 모두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

증권업계에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거래량 실종은 증권사의 주력 수익원인 중개수수료 급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주식시장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1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6월 29일 16조3천580억원으로 지난해 7월 5일(16조1천803억원) 이후 최저치로 집계됐다. 투자자예탁금은 올 2월 20조8천335억원까지 늘었지만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5월 말 17조원대가 붕괴된 뒤 6월 들어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지난달 말 결국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거래대금이 크게 줄면서 일부에서는 지점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적자경영이 지속되는 지점을 폐쇄하기에 이른 것.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구의 경우 매달 2억원 이상 수익을 올려야 지점 유지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활성화와 거래 실종으로 수익이 줄자 본사가 지점 구조조정도 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매영업을 주력으로 삼았던 대형 증권사들은 이미 지점과 직원 수를 급격히 줄여왔다. 동양증권의 경우 지난해 지점수를 24곳 줄였고, 대우증권도 지점 17개를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특수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예년에 비해 올림픽 관련 상품은 물론 이벤트도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올림픽 개막(이달 27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현재 올림픽 관련 상품 출시나 이벤트는 손에 꼽을 정도다.

올림픽 관련 이벤트를 진행 중이거나 계획을 밝힌 곳은 신한금융투자와 IBK투자증권 2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시큰둥하다. 특히 글로벌 시장 침체로 증시 등 전반적인 경기가 위축되면서 굳이 돈을 들여 이벤트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점 축소 등 비용 절감 대책까지 논의하고 있는 마당에 올림픽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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