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강변의 이키토스는 아침부터 왁자지껄하다. 수상가옥이 닥지닥지 물 위에 주저앉아 있는 벨렘 지역은 더욱 어수선하다. 강물에서 지독한 악취가 올라와 코를 찌른다. 이키토스는 아마존 하구에서 3천700㎞나 떨어져 있지만 표고 차이는 불과 100m 남짓하다. 누런 황톳물의 아마존강은 흐르는 둥 마는 둥, 어디가 상류인지 하류인지 육안으로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게다가 강변에 늘어선 수상가옥이 물의 흐름을 막아 벨렘 지역은 썩은 웅덩이 꼴이 되고 말았다.
◆남미의 베니스?
이키토스는 인구 15만 명의 중소도시. 이 중 3만 명을 헤아리는 극빈층이 벨렘 지역의 수상가옥에서 생활을 한다. 초등학교 선생인 한 젊은이는 이곳이 '남미의 베니스'라며 익살을 떤다. 수상가옥은 두 종류다. 하나는 상류층의 호화주택에 해당하는 집으로 강물이 차올라도 마룻바닥이 잠기지 않게끔 높게 지은 것이고, 또 하나는 아마존 강의 수위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뗏목집으로 하류층이 사는 집이다. 구조도 지극히 단순하다. 바닥은 물에 잠기지 않고, 천장은 비만 맞지 않으면 그만이다. 집 전체가 침실, 거실, 부엌이 함께 있는 원룸 시스템이다.
하지만 화장실만은 사정이 다르다. 뗏목집의 경우 집 밖에 포장을 쳐서 엉덩이의 노출을 막을 뿐이고, 고상(高床)가옥은 집안 구석에 조그마한 칸막이를 만들어 놓았다. 어느 곳이나 대소변은 그대로 강으로 떨어지게 돼 있다. 그러다 보니 고상가옥 밑으로 지나던 배가 대변 세례를 당하는 일도 허다하다.
이키토스엔 강물과 땅이 맞닿는 곳에 장이 선다. 장터는 아마존 강의 수위에 따라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온다. 질퍽거리는 진창 구덩이 위에 좌판이 늘어서고 아마존에서 잡은 온갖 생선과 과일, 그리고 원숭이, 거북이, 뱀 등의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키토스의 일상생활
아침마다 산더미처럼 쌓이는 쓰레기는 사시사철 푹푹 찌는 날씨에 금방 썩어 악취를 풍기며 강물로 떠내려 온다. 까마귀 떼들이 썩은 생선 대가리를 먹으려고 새까맣게 모여 든다. 벨렘 수상가옥에 사는 3만 명의 주민들은 이 썩은 물에 뛰어들어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며, 밥도 이 물을 퍼서 짓는다.
송어는 1급수가 아니면 살 수 없고, 피라미는 2급수 아래서는 살 수 없다는데, 인간이라는 동물은 도대체 몇 급수까지 내려가도 살 수 있는 것일까? 이들의 대부분은 인디오들이다. 아마존 정글에서 사냥하고, 고기 잡고, 과일 따먹으며 넉넉한 자연의 품 속에서 살아오던 이들은 지금 안타깝게도 문명이라는 마약에 중독되고 말았다. 전깃불을 보고 달려든 부나비처럼 벨렘의 똥물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도 이곳을 탈출하지 못한다. 구차스럽지만 그래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발소, 미장원, 정육점, 초등학교, 술집, 구멍가게, 목공소…. 여기에다 떠다니는 미니 레스토랑, 버스 노릇을 하는 큰 배와 택시 역할을 하는 모터보트 등이 있다.
◆아마존 강의 디스코텍
집집마다 전기가 들어왔으며 나은 집에는 텔레비전 안테나가 솟아 있다. 어디 그뿐인가? 밤이 무르익으면 '밤꽃'들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조그만 배를 저으며 꼬리를 살살 흔든다. 강변엔 엉성하기 짝이 없지만 사운드 트랙이 귀청을 울리는 디스코텍에서 젊은이들이 섹시한 살사춤으로 꼬박 밤을 새운다. 우리식의 생각 속에 박힌 디스코텍의 개념으로 이곳을 비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까래 같은 나무로 얼기설기 엮어 뼈대를 만들고, 야자수 잎으로 지붕을 덮어 비를 막은 디스코텍은 벽은 아예 없고 바닥도 맨땅이다. 그러나 무대는 오색 조명을 밝히고 구색을 갖춘 라이브 밴드가 멋진 연주를 한다. 찍찍거리는 음질은 수준 이하지만 사운드 트랙이 쾅쾅거릴 땐 엉성한 집이 무너질까 겁난다.
1997년 4월 초 벨렘 사람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후지모리에게 표를 던졌다. 이곳엔 수상(水上) 초등학교 여교장 방을 비롯해 집집마다 후지모리의 사진이 붙어 있다. 그들은 배를 빌려 타고 돌아다니는 떠돌이 여행객인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했는지 '후지! 후지!'를 외치며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린다.
이들은 가난에 찌든 때를 벗겨줄 구세주로 후지모리를 찍었겠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후지모리에게선 아무 대답이 없는 것 같다.
글'사진 도용복 대구예술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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