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은 숨기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널리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길림성의 작은 마을 동흥촌에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다. 비포장 도로 때문에 차가 다니기 쉽지 않고 비가 오면 질척거리는 길을 걸어야 했던 마을 사람들은 도로 공사에 신이 났다. 이 곳에 도로 포장 비용 5만 달러를 지원한 사람은 인터불고그룹 권영호(73) 회장이다.
권 회장은 "1995년 동흥촌 사람들이 우리 그룹의 수산회사 선원으로 일을 해 이 마을을 알게됐다"며 "당시 동흥촌 선원들이 홍수로 마을 다리가 무너졌다며 걱정하는 것을 알고는 처음 지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16년 동안 꾸준히 동흥촌에 관심을 가져왔다. 1995년 홍수로 무너진 다리 복구를 위해 1만달러를 지원한 이후 동흥촌소학교 교육시설과 노인협회 물품 기증 등 지원을 꾸준히 해왔다. 그런 관심이 올해 도로 공사로까지 이어진 것.
"동흥촌 주민들이 비만 오면 장화를 신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도로 공사를 지원하게 됐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새로 생기는 도로에 '권영호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참 흐뭇합니다"
권 회장의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동흥촌 뿐만 아니라 국내외 여러 곳에서 실현되고 있다.
울진에서 태어난 권 회장은 1986년 고향에서 '동영장학재단'을 설립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매년 600여 명의 학생에게 5억원을 전달하고 있다. 5억원 중 1억원은 조선족 , 또 1억원은 유럽과 아프리카, 나머지 3억원은 국내의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2008년에는 200억원대 가치를 지닌 경북 칠곡군 250여만㎡의 토지를 계명대에 무상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공부를 하고 싶은데도 돈이 없어서 못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마음이 쓰여 장학사업을 시작했다"며 "수혜 학생들이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면 뿌듯함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많은 기부활동을 해온 권 회장은 "기부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서 기부를 남모르게 할 것이 아니라 알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기를 원한다. 권 회장은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지금도 기부를 아끼지 않는 기업가들이 많다"며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기부를 알리고 더 많은 기업가들이 기부를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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