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 주택가와 유흥가에서 날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차량은 급증하고 있지만 주차공간은 따라가지 못해 주민들과 운전자들은 출근길부터 퇴근길까지 주차난에 시달린다며 불만이 가득하다. 교통전문가들은 주차면수 확보와 불법 주'정차 단속, 대중교통 이용 확대 등으로 주차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구는 "주차전쟁 중"
2일 오후 3시 대구 남구 봉덕동 앞산 H아파트 정문 앞 왕복 3차선 도로. 도로 양쪽은 불법주차한 차량들로 꽉찼다. 특히 3차로 중 출입구 차로로 사용되는 1개 차로는 아예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이 때문에 H아파트를 출입하는 차량은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었다.
맞은편의 2차로 중 가장자리 차로도 주차 차량이 점령했다. 후문 쪽 왕복 2차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출입구 앞이 불법주차 차량으로 변한 탓에 접촉 사고 위험도 높다. 도로에 주차된 차량 소유자들은 주차공간이 없는 인근 단독주택 주민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아파트 주민들은 도로 양쪽에 주차선을 그어 주차를 합법화시키는 한편 불법 주차 차량을 단속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 주변 도로에 불법주차 차량들이 차량 흐름을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해 차라리 양쪽 도로에 주차선을 그어달라고 건의 했지만 구청은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불법주차 차량은 아파트 주민 뿐만 아니라 근처 상인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64'여) 씨는 "아래쪽 도로에서 올라오는 차들이 유턴을 하거나 좌회전을 할 때 불법주차 차량을 피하다가 가게 앞 의자를 부수는 일이 잦다"며 "차량들이 가게 쪽으로 돌진하는 것 같아 무서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서구 중리동 J아파트는 1년 전 아파트 내 놀이터 면적을 절반으로 줄여 주차공간 16면을 확보했다. 2중, 3중 주차하는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주차난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김혜경(31'여) 씨는 "오후 8시쯤 주차공간이 다 차서 밤 늦게 올 때면 동네 근처 골목이나 초등학교 담벼락의 빈 공간을 찾아 헤맨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김모 씨는 "놀이터 면적을 줄여가면서 주차공간을 넓혔지만 이른 저녁부터 꽉 차서 아파트 담벼락 근처까지 차량들이 늘어서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차량은 주차하다 담벼락과 부딪쳐 파손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쯤 동구 신암동 유흥가 인근. 유흥가와 많이 떨어져 있지만 술집을 찾는 이들의 차량이 주변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불만투성이다.
실제 왕복4차선 도로의 양편은 유흥가를 찾은 차량들로 점령당했다. 게다가 낮에는 인근 병원 건물 주변의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큰 도로로 우회전해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시야 확보를 할 수 없어 사고위험도 많다.
주민 이모(29) 씨는 "유흥가 고객들이 대각선으로 주차하는 데다 1차로까지 넘어와 아파트로 들어갈 때는 중앙선을 침범할 수밖에 없다"며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불법 주'정차 강력 단속해야
교통 전문가들은 주차난 해결을 위해서는 주차면 확대와 유료 주차요금 현실화, 단속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시'도에 비해 부족한 주차면 확대를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선결과제다. 의무화된 건축물 내 부설 주차장의 경우 대구가 서울에 비해 기준이 느슨하다.
위락시설의 경우 서울은 67㎡당 한 대의 주차면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대구는 70㎡당 한 대의 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1, 2종 근린생활시설도 서울은 134㎡당 한 대이지만 대구는 150㎡당 한 대를 설치하면 된다. 이 때문에 서울과 대구에서 똑같은 면적의 건물을 지어도 서울에 비해 대구는 주차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유료 주차장의 요금 현실화도 시급하다. 주차요금이 다른 시'도에 비해 낮은 탓에 민간 유료주차장 확보가 어렵다는 것. 1급지 기준으로 서울의 공용 유료주차장은 최초 10분에 800원이고 추가 10분마다 800원씩 더 내야 한다. 반면 대구는 최초 30분에 1천원이고 추가 10분마다 500원씩 더 지불하면 된다. 민간 유료주차장은 가격 규제가 없지만 통상 공용 유료주차장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된다.
대구시내 한 민간 유료주차장 업주는 "주차장을 운영해도 큰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입체식 주차시설 설치 등의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민간 유료주차장을 설치하면 돈벌이가 된다는 인식이 있어야 자발적으로 투자를 할 것"이라며 "현재의 요금으로는 주차장을 만들려는 지주가 없다"고 말했다.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 강력한 법 집행이 있어야 시민들이 유료주차장을 활용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연결할 수 있다는 것.
영남대 윤대식 교수(도시공학과)는 "대구 도심에서 불법주차 단속을 강화해야 대중교통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며 "표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단속을 강화게 못하기 때문에 불법주차 단속 권한을 기초단체장에서 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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