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일 군사정보협정 처리 물건너가나

정부 추진과정 진상조사 나서…국민 반감에 정치권 반발 계속

정부가 지난 4월 23일 일본 측과 만나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문안에 비공개로 가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 협정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정부는 국회와 국민에게 협정 체결의 필요성을 투명하게 설명한 뒤 서명 절차를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달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즉석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고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이 협정은 이미 러시아를 비롯한 24개국과도 체결했고 앞으로도 중국과의 체결이 필요한,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정"이라며 "국회와 국민에게 협정 내용을 소상하게 공개하고 설명해 오해가 없도록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추진 절차에는 문제가 있지만 필요성은 있으니 체결을 재추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감과 정치권의 반발이 걸림돌이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4일 라디오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을 해임하고 협정 폐기를 선언해야 한다"며 "이 문제들이 실현되지 않으면 양식 있는 모든 국회의원과 국민의 힘을 모아 총리 해임 건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통령에 대해서도 "국민 모르게 협정을 즉석 처리한 사태에 대해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리는 16일 전까지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또한 '협정 체결=친일'이라는 비판을 우려하고 있어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과거사와 안보는 별개 문제"라고 했던 새누리당은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협정 체결 보류를 요청한 뒤 일부에선 아예 폐기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절차적으로는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언제든 서명은 가능하지만 분위기상 현 정부 임기 내에는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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