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딱 한 번만 일어날 법한 사건이 있다. 그렇다고 태어나고 죽는 일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인생에서 벌어지는 아주 특별한 일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일은 보통 전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얼마나 그 경험이 다르고 또 좋았는지 깨닫게 되곤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대단한 이벤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당시 매 순간 한국의 곳곳이 믿을 수 없는 경이로운 분위기로 넘쳐났다. 한국에서 또다시 그런 희열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그 두근거림의 경험을 절대 놓치지 않겠다. 사실 한반도 개최를 앞둔 대형 국제 행사들이 몇 가지 있어 붉은 악마들과 함께 뜨거운 함성을 내지를 가능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2002년의 여름은 지금으로부터 이미 10년 전 일이 됐고, 그 이후 지금껏 있어왔던 국제 행사들에서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볼 순 없었다.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가 한국 전역을 하나로 엮을만한 행사로, 모두에게 정열을 발산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한국이 세계적인 국제 스포츠행사 주최국으로 당당히 등극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시점에서 여수세계박람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여기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오랫동안 꾸준한 홍보를 해오며 전 세계의 집약적인 첨단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된 행사가 잘못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사가 시작된 뒤 7주가 지나오면서 언론 매체들의 주된 반응은 그렇지 않아 유감이다.
엑스포는 그야말로 인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전 세계적인 행사로,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훌륭한 행사다. 만약 지금 한국에 있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꼭 이 행사를 보길 바란다. 올바른 태도로 관람을 즐긴다면 엑스포를 경험한 그날을 꽤 오랜 시간 동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내가 여수에서 가까운 광주에 산다는 이유이거나 엑스포의 독일관에 관여해서가 아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엑스포야말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까지 시간과 돈을 들여 볼만한 멋진 국제 행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저 가기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올바르게 엑스포를 이해하고 관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엑스포 관람객들이 아쿠아리움이나 한국관 앞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려야만 했다는 불만을 들어보면 과연 그 사람들이 엑스포를 진정 이해하고 관람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엑스포란 만국박람회로, 그야말로 세계를 전시하는 곳이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다른 나라를 배우며 잘 모르는 문화를 경험하고 심지어 서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이국적인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모든 기회의 장인 셈이다. 엑스포 기간에만 볼 수 있는 그 많은 국가관들을 제쳐두고 엑스포가 끝난 뒤 줄을 서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아쿠아리움 앞에서 어떻게들 그 뜨거운 태양 아래 몇 시간이고 서서 입장을 기다릴 수 있을까?
현대 한국 사회는 너도나도 편리만을 찾으며 순간의 만족을 좇아가는 욕구가 강하다. 그러나 어떤 것은 스스로 보고 경험하지 않고는 절대 '다운로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F1 국제자동차경주장 내에서 포효하는 강력한 엔진 소리, 엑스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이고 국제적인 분위기 그리고 거대한 축구장과 같은 곳에서 가슴속부터 울려 나오는 뜨거운 함성과 기쁨의 눈물을 흘려 보는 일들 말이다.
위대한 철학자 페리스 뷜러(Ferris Buell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생은 꽤 빠르게 움직인다. 만약 한동안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다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다"
10대 소년이었을 때 나는 맹랑하게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의 라이브 콘서트를 보기 위해 혼자서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했다. 며칠 간의 여행에서 콘서트장 앞 자리에 앉기 위해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한 더운 태양 아래 긴긴 시간을 기다리기도 했고, 호텔에서 잘 돈이 없어 길가에 신문지를 깔고 잠을 자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고생인가 묻는다면 서슴없이 그렇다고 말 하겠다. 그러나 그 경험은 이 세상에서 내가 살아가는 동안 절대 놓칠 수 없는 내 인생의 단 한 번의 이벤트였다.
안톤 숄츠/코리아컨설트 대표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