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갑 열려면 '폭탄 세일'…70% 아니면 효과 미미

철옹성 육아용품시장도 이벤트성 박람회 유통 활로

불황형 소비 확산으로 재고처분이나 이월상품전에 사람들이 몰리고, 기업 홍보 창구를 이용되던 박람회가 알뜰 소비 경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일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핸드백과 구두를 판매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쇼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제공
불황형 소비 확산으로 재고처분이나 이월상품전에 사람들이 몰리고, 기업 홍보 창구를 이용되던 박람회가 알뜰 소비 경로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달 2일 70%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핸드백과 구두를 판매한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쇼핑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롯데백화점 제공

'70% 세일 아니면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직장인 서동우(36) 씨 가족의 소비생활은 일 년 사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 연말부터는 아침에 출근할 때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점심식사를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의류를 구매할 때는 백화점 특가 행사나 아울렛을 이용하고 마트에서 생필품을 살 때도 쿠폰상품을 우선 구입한다. 아이들을 위한 육아용품은 육아박람회 등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사고,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기존 통신사보다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으로 바꿨다. 서 씨는 "첫 아이 때만 해도 아이 옷은 꼭 백화점에서 사 입혔는데 지난해 태어난 둘째 물건은 주로 박람회 같은 곳을 이용해 구입하고 있다"며 "장을 볼 때도 마트 입구에서 먼저 쿠폰 상품부터 확인한 후 물건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할인 행사와 박람회 등의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5월 대구지역 대형마트 판매액 매출은 1천5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억원(2.1%)이 감소해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경남(2.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매출 감소폭을 보인 것.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월 대구지역 백화점 매출은 1천488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개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5억3천만원(30.2%) 증가했지만, 4월에 비해서는 28억6천만원(1.9%) 줄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행사로 선물 수요가 많아져 4월보다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백화점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불황 탈출을 위해 내놓은 한 달간의 여름세일도 성적이 신통치 않다. 세일 첫 주말인 6월 29일~7월 1일 세일 매출은 백화점별로 지난해 대비 1~2%가량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

소비자들의 발길은 20~30%대 할인율의 정기세일 대신 70%대 이상 '폭탄세일'을 하는 재고처분이나 이월상품전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2일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70% 가까이 할인된 가격으로 준비한 '핸드백'구두 대전'의 경우 수많은 쇼핑객들이 몰려들고 3일간 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육아용품 시장도 판도가 바뀌고 있다. 백화점 등의 전통적인 유통경로가 아닌 높은 할인율을 선보이는 박람회를 이용하는 '박람회맘'들이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육아 관련 박람회는 지난 2년 새 3배가 넘게 늘었고, 대구에는 올 초부터 365일 육아박람회를 여는 곳까지 생겼다. 기업 홍보의 창구였던 박람회가 불황 속에서 새로운 유통 활로가 되고 있는 것.

주부 김민주(31) 씨는 "유모차나 보행기 등 다소 고가의 물건을 구입할 때 자주 박람회를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에게는 최대한 좋은 물건을 사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생활비를 아끼려다 보니 발로 뛰어서라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