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세일 아니면 소비자의 지갑은 열리지 않는다.'
직장인 서동우(36) 씨 가족의 소비생활은 일 년 사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지난 연말부터는 아침에 출근할 때 자가용 대신 버스를 이용하고,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는 점심식사를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 의류를 구매할 때는 백화점 특가 행사나 아울렛을 이용하고 마트에서 생필품을 살 때도 쿠폰상품을 우선 구입한다. 아이들을 위한 육아용품은 육아박람회 등에서 최대한 저렴하게 사고, 최근에는 휴대전화를 기존 통신사보다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으로 바꿨다. 서 씨는 "첫 아이 때만 해도 아이 옷은 꼭 백화점에서 사 입혔는데 지난해 태어난 둘째 물건은 주로 박람회 같은 곳을 이용해 구입하고 있다"며 "장을 볼 때도 마트 입구에서 먼저 쿠폰 상품부터 확인한 후 물건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굳게 닫혔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었고, 할인 행사와 박람회 등의 불황형 소비가 확산되고 있다.
5월 대구지역 대형마트 판매액 매출은 1천5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2억원(2.1%)이 감소해 역신장세를 기록했다. 경남(2.3%)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매출 감소폭을 보인 것.
백화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5월 대구지역 백화점 매출은 1천488억1천만원으로 지난해 8월 현대백화점 개점으로 전년 동월 대비 345억3천만원(30.2%) 증가했지만, 4월에 비해서는 28억6천만원(1.9%) 줄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행사로 선물 수요가 많아져 4월보다 매출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백화점 분위기가 썰렁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불황 탈출을 위해 내놓은 한 달간의 여름세일도 성적이 신통치 않다. 세일 첫 주말인 6월 29일~7월 1일 세일 매출은 백화점별로 지난해 대비 1~2%가량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
소비자들의 발길은 20~30%대 할인율의 정기세일 대신 70%대 이상 '폭탄세일'을 하는 재고처분이나 이월상품전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달 2일 롯데백화점 대구점에서 70% 가까이 할인된 가격으로 준비한 '핸드백'구두 대전'의 경우 수많은 쇼핑객들이 몰려들고 3일간 4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등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금융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육아용품 시장도 판도가 바뀌고 있다. 백화점 등의 전통적인 유통경로가 아닌 높은 할인율을 선보이는 박람회를 이용하는 '박람회맘'들이 많아졌다. 전국적으로 육아 관련 박람회는 지난 2년 새 3배가 넘게 늘었고, 대구에는 올 초부터 365일 육아박람회를 여는 곳까지 생겼다. 기업 홍보의 창구였던 박람회가 불황 속에서 새로운 유통 활로가 되고 있는 것.
주부 김민주(31) 씨는 "유모차나 보행기 등 다소 고가의 물건을 구입할 때 자주 박람회를 이용하고 있다"며 "아이에게는 최대한 좋은 물건을 사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지만 생활비를 아끼려다 보니 발로 뛰어서라도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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