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인 가구 시대] 달라진 라이프 스타일

네 집중 한 집 나홀로…혼자 살아도 당당합니다

1인 가구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혼자 사는 것이 이제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얘기가 됐다. 통계청의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23.9%)가 처음으로 4인 가구(22.5%)를 추월했다.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가구가 일반적이었던 우리나라의 가구 구조에 혁명이 일어난 셈이다.

◆ '나 홀로 족' 두 사람

삼성생명 보험판매 관리사로 일하는 조한겸(38·대구 남구 이천동) 씨. 80㎡ 아파트에 사는 조 씨는 요즘 말로 '골드미스'다. 혼자 살지만 서둘러 결혼할 생각은 딱히 없다. 남들이 노처녀라 핀잔을 줘도 조 씨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돈 걱정이 없다. 자녀가 없으니 양육 부담도 없다.

조 씨는 8년 전 부모님에게서 독립했다. 보험판매 관리사로 버는 연봉은 꽤 만족스러운 편. 그래서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있다. 혼자 사는 일이 아직 익숙지는 않지만 그래도 '싱글'을 위한 시설이 꽤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리하기를 좋아하는 조 씨는 식사는 물론 청소, 세탁 등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한다.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수영, 헬스 등으로 몸 관리를 하고, 장래 상담가가 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봉사를 하고, 유니세프 등에 후원금도 낸다. 주말에는 등산이나 골프를 하거나 지인을 만나는 등 '인적 네트워크'를 만든다. 조 씨는 현재 슈(시추)와 토토(요크셔테리어) 등 개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2년째 구직 활동을 하는 김정호(가명·31) 씨도 독립해 혼자 산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기업 등에 원서 넣기만 수십 차례지만 아직 좋은 소식이 없다. '공부하겠다'고 큰소리치고 부모님께 손을 벌려 대학원(석사)까지 다녔지만 결국 김 씨는 취직하기 위해 학업(박사과정)을 중단했다.

매일 자신을 근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는 부모님 얼굴이 보기 부담스러워 최근 경북대 북문 근처 33㎡짜리 원룸을 얻어 독립했다. 과외 2, 3개를 뛰면서 월 100만원 정도 벌고 있지만 여기저기 다니다 보면 금세 돈이 바닥난다. 김 씨는 "부모님과 함께 살다 이렇게 사는 게 맘 편하진 않지만 혼자 나와서 사니 눈치도 덜 보이고 그나마 '현실세계'에 대해 알게 되는 것 같아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 1인 가구 현황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0년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의 23.9%에 이른다. 벌써 400만 명을 넘어섰다. 30% 전후인 노르웨이'일본'영국에 이어 미국(26.7%)에 가까운 세계 최상위권의 수치다. '2010~2035년 장래가구추계보고서'에 따르면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4.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의 1인 가구 수도 매우 증가했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10만7천900여 가구에서 2005년 14만8천300여 가구, 2010년 19만2천400여 가구(총가구 86만8천300여 가구)로 2000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대구에 사는 4가구 중 1가구가 독신으로 사는 셈이다. 놀라운 것은 변화의 속도. 불과 10년 사이에 가구 구성이 급격히 바뀐 것이다.

이런 추세는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단위에서도 2012년을 기점으로 1인 가구의 수가 2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많아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저출산·고령화 사회로의 변화, 만혼·미혼·이혼 증가 등의 원인으로 가족 규모가 점차 작아지고 있다"고 했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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