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30-50클럽 진입과 대구경북의 과제

2012년 6월 23일 대한민국은 인구 5천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 7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다. 한국은 참으로 신기롭다.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산업화를 성공시켰고, 88서울올림픽을 통해 세계만방에 이름을 알렸다. IMF 외환위기로 빚어진 국가부도 위기도 빠른 시일에 극복하고,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면서 선진국 문턱에 닿았다. 쓰러질 듯하다 다시 일어나고 무너질 듯하다 더 크게 세우는 나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고 위대한 한국인이다.

일부 성급한 언론과 정치인들은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이야기하며 '30-50클럽' 진입을 논의하고 있다. 선진 6개국(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모두가 20-50에서 30-50 진입에 성공했으므로,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30-50을 이룩하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지금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빈부격차,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수도권-지방 격차 등 3대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청년실업과 저출산을 비롯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선심용 복지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역 차원에서 볼 때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수도권 집중 국가이고, 세계 최고의 중앙집권 국가다. 2만달러 소득을 이룩하기까지 수도권과 중앙정부가 주역을 담당하였고, 지방과 지자체는 보조역할에 불과했다. 이런 지역 정책의 패러다임으로 30-50클럽 진입이 가능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국가 균형발전의 기치 아래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해 세종시와 혁신도시(전국 10개) 건설을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는 전국을 5+2 광역경제권으로 나누어 지방 육성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완화는 고사하고, 오히려 수도권이 충청권과 강원도로 확산되고 있다.

과연 대한민국에서도 지방분권이 가능할까? 중앙에 있는 공무원'학자'언론인, 어느 누구도 지방분권을 원치 않는다. 명분은 딱 한 가지, '지방이 스스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역량(力量)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권한을 내놓기 싫은 그들의 속마음을 감추는 핑계일 뿐이다.

진정한 지역발전의 길은 지방이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특성화를 도모하고, 인근의 지자체와 연계협력을 모색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기대할 곳은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을 진두지휘하여 오늘날 대한민국의 기초를 닦았듯이, 오는 12월에 선출될 대통령은 지방분권의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지역 정책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지역발전을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역할분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역발전에 필수적인 분권 로드맵을 비롯하여 국가기간 SOC 건설을 책임지고, 지자체는 지역의 특성화와 연계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한 참된 지역 정책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30-50클럽 진입을 위해 대구경북은 무엇이 필요하고, 또 대구경북인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장기적으로 대구경북은 동남경제권(부산'울산'경남)과 통합하여 영남경제권으로 발전해야만 수도권은 물론, 나아가서는 세계와 경쟁할 수가 있다.

그리고 21세기 영남경제권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영남권 신국제공항 건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수용능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데다가 비행 안전상 문제까지 있는 김해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공항은 영남권,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 남부지역 전체를 위해 중앙정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핵심 시설이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우리나라 수도권은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울산'경남도 지난날의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동남경제권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산업적으로 대구경북은 울산의 자동차 조선 그리고 창원의 기계산업과 깊숙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 그리고 대구경북지역의 대학 졸업생 상당수가 부산, 울산, 창원 지역의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대구경북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이미 대구포(대구'구미'포항)산업벨트가 동남권의 수송기계벨트와 밀접한 연관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영남경제권이 서서히 태동하고 있다. 또한 대구경북은 우리나라 3대 전통문화(불교 유교 가야)의 든든한 기반을 갖고 있으며, 경북북부 지역은 건강과 웰빙으로 상징되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이처럼 산업, 문화, 자연적 요건을 두루두루 갖춘 대구경북이 당연히 대한민국의 30-50클럽 진입에 주역을 담당해야 한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550만 대구경북인이 힘을 합쳐 하나 될 때, 대구경북의 저력이 태양이 되어 다시금 떠오를 것이다. 힘내라, 대구경북!

홍 철(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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