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는 대권 재수생이다.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경선 때 현재 대통령인 이명박 후보에게 졌다. 당원'대의원'선거인단 투표에서 다 이겼지만 여론조사에서 뒤졌다. 여론조사 한 표를 다섯 표로 셈한다는 룰이었으니 작은 차이가 큰 차이가 됐다. 불복할 수 있었지만 박 전 대표는 웃으며 악수에 응했다. 세간에선 '아름다운 승복'이라 했다.
박 전 대표는 이후 '원칙과 신뢰'라는 브랜드를 가지게 됐다. 국민과의 약속은 꼭 지킨다는 것이 그의 원칙이다. 원칙을 지키다보니 신뢰가 쌓였다. 이명박 정부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인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를 경제 중심의 과학기술도시로 바꿔 추진하려 했을 때 그는 반대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공약인 영남권 신공항을 백지화했을 때에도 박 전 대표는 '재추진'을 천명했다.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이유에서였다. 현재로선 여권의 대권주자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박 전 대표 지지율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대세론'이라 한다.
박 전 대표는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딸이자 5선의 여성 정치인이다. 정치평론가들은 유신독재의 딸이라는 비판에는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경제일꾼의 장녀라는 방패로, 결혼하지 않은 노처녀의 이미지는 국민의 어머니였던 육 여사의 이미지가 겹치면서 뚫고 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다 5선의 노련미, 한 번도 배출되지 않은 여성 대통령의 리더십도 설득적으로 다가온다. 포커페이스에서 나오는 짧은 화법은 설화(舌禍)를 비켜간다. 2006년 지방선거 유세 중 신촌 백화점 앞에서 커터칼 테러를 당해 수술을 받고서도 첫 마디가 "대전은요?"였다.
1974년 육영수 여사가 피살된 직후부터 7년간 퍼스트레이디가 된 그는 권력의 중심부에서 권력의 속성을 들여다봤다. 그가 좌장을 두는 정치를 않고 측근 인물들에게 각각의 임무를 주는 수직적 분할 통치론을 펼치는 것도 '권력의 균형'(balance of power)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부친이 가장 믿었던 최측근의 손에 떠났으니 한쪽으로 쏠리는 권력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배신'은 박 전 대표의 대표적인 트라우마여서 한 번 자신의 뜻과 어긋난 인물은 좀처럼 관계회복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좌장정치를 하지 않으니 모든 사실을 본인이 보고받고, 측근들끼리는 서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박근혜라는 이름을 팔아 자기정치를 하거나 호가호위하는 인물이 적지 않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박 전 대표를 두고 '선거의 여왕'이라 한다. 유명 연예인을 방불케하는 그의 인기는 현재 잠룡으로 불리는 모든 인사 중 가장 큰 대중 흡입력으로 승화한다. 유세 때마다 '붕대투혼'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근혜가 지나간 자리에는 박근혜 편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도 충성도가 높은 고정층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와 박 전 대표의 의정활동이 시너지를 낳은 결과다.
물론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비판도 여전하다. 독재자의 딸이라는 당위론적 불가론이다. 당내외에서 이 점은 박 전 대표를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지만 과거회귀적이다. 부모의 잘못을 그 딸이 책임져야 하느냐는 동정심을 일으키면서 설득력이 약한 소재라는 반박도 있다.
여성대통령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대선 경선 때 박 전 대표가 독일에서 메르켈 총리를 만나고, 마가렛 대처 여사를 롤 모델로 삼은 것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였다. 하지만 이런 공세는 모든 여성 유권자가 등 돌릴 위험한 변수가 된다. 소통이 어려운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이라는 비판은 진행형이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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