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68세 '베토벤 미대생' 계명대 공예디자인과 김영창 씨

미술 좋아했지만 형편상 포기, 37년 교직 퇴직후 꿈찾기 나서

계명대 미대에 가면 도자기를 두드리는 베토벤을 만날 수 있다. 희끗희끗한 곱슬머리와 슬리퍼에 작업복 차림을 한 그는 첫눈에도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김영창(68) 씨는 37년 교직을 정년퇴직하고 평생 하고 싶었던 꿈을 이루고자 2009년 64세의 나이에 미술대학 공예디자인과에 편입했다. 계명대 미술대학 내 최고령자인 그는 지난달 26일 졸업작품 전시장을 찾은 손님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느라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미치면 미친다, 흔히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고 표현하죠. 무엇인가를 이루려면 그것에 미친 듯이 몰두해야 합니다." 김 씨의 공예활동 예찬론이다.

김 씨는 교육대학에 다니던 시절 조소 부문 특선을 받을 만큼 공예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중고 시절에도 찰흙으로 작품을 만드는 미술시간이 제일 신나고 즐거웠다. 담임선생님이 미대에 갈 것을 권유할 정도였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에 미대 진학을 포기했다. 하지만 공예가의 꿈은 버리지 않았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아-태지역 훈련교수 및 훈련분과위원인 김 씨는 스카우트대장(훈육지도자)으로 37년간 봉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할 만큼 다재다능하다. 세계 곳곳을 다니는 동안 가장 한국적인 것을 알리고 싶어 본격적으로 도자기공예활동에 뛰어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계명대 공예디자인과 졸업작품 전시회에 '가족'이란 제목으로 도예 조형물(높이 120㎝)과 항아리 2점을 출품했다. 노르웨이 소도시 여행 중 시청 앞에 전시된 철제 조각품에서 영감을 얻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화목한 모습을 조형물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어울림'이라는 주제로 지난달 29일까지 열린 전시회에는 금속, 도자기, 염직공예 총 3개 분야 졸업작품 120여 점이 전시됐다.

김 씨는 미술대학 내 학생들 사이에서 베토벤으로 통한다. 장르는 다르지만 음악의 천재 베토벤만큼이나 작품 활동에 대한 창의력과 열정, 영감이 탁월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김 씨는 "평생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고 싶어 늦깎이로 미술대학에 입학지원서를 낸 후 두려움도 있었지만 작품을 향한 열정 앞에는 아무것도 장애가 될 수 없었다"며 활짝 웃었다.

공예작품 활동을 지도하고 있는 김판준 교수는 "김 씨는 베푸는 것을 좋아해 학생들과 친구처럼 잘 어울리지만 작품 활동만큼은 양보하지 않는다"며 "칠순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열정과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존경스럽다"며 김 씨를 칭찬했다.

글'사진 오금희 시민기자 ohkh7510@naver.com

멘토:배성훈기자 bae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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