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전능한 로봇은 아니더라도 인간과 함께 어우러져 삶의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분야의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산업현장뿐 아니라 쇼핑몰과 종합병원'극장'의료 분야 등으로까지 로봇이 확대되면서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사회는 의료와 복지 분야에 대한 로봇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0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로봇 시범 보급사업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로봇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로봇산업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구경북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을 중심으로 한국 로봇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보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미래의 신성장 엔진, 현실로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떠오른 로봇산업은 이미 황금알을 낳는 산업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최근 4년간 전 세계 로봇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6.7%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전 세계 로봇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2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표 참조)
전문기관들은 전 세계 로봇시장 규모가 2013년쯤 300억달러, 2018년에는 1천억달러로 파죽지세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무인자동차, 무인 국방체계 등 다른 산업의 로봇기술 활용 시장까지 합하면 2018년 2천200억달러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로봇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내 로봇산업 생산규모(2010년 기준)는 1조7천848억원으로 전년도 1조 200억원 대비 75% 성장했고, 로봇산업 시장의 연평균 증가율은 25.5%로 2006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지능형 로봇을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선도할 미래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로봇산업 육성 방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경기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대구경북에서도 로봇산업은 이미 미래신성장동력으로 대접받고 있다.
특히 대구는 기계, 금속 등 메카트로닉스산업이 전체 제조업의 53%를 차지하고 있어 로봇산업 기반이 우수하고, 구미'포항'울산'창원 등을 연결하는 산업벨트의 중심축에 위치해 로봇산업클러스터의 최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MIT 재활로봇연구원의 송윤성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다양한 연관산업, 앞선 IT 인프라, 첨단기술에 대한 빠른 수용성을 갖추고 있어 로봇산업 성장의 최적지다"며 "세계적으로도 로봇산업이 시장 초기 단계인 만큼 우리가 보유한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한다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로봇대전
로봇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로봇 강국들 간의 글로벌 '로봇 대전(大戰)'이 본격화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경제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로봇 분야에 대한 투자만은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로봇산업이 자동차와 PC에 이어 21세기 대표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어서다.
특히, 다양한 연관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세계 각국은 로봇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로봇기술을 '미래 10대 중요기술'로 선정했으며, 일본은 '4대 신산업', 중국은 '863 계획'(1986년 3월에 비준된 중국 국가첨단기술연구발전계획)에 각각 로봇산업을 포함시켰다. 유럽 역시 로봇기술의 대규모 협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우리도 로봇 강국을 꿈꾸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도 올해부터 로봇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2013년 로봇산업 3대 기술강국, 2018년 세계 1위 강국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로봇산업의 성장잠재력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고 있다. 로봇 활용도가 높은 주력산업이 있는데다, 우수한 IT 인프라와 첨단기술의 수용도가 높은 국민성 등이 세계 로봇산업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지자체 간에도 로봇산업 육성을 둘러싸고 뜨거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이 로봇의 메카
대구경북의 경우 대기업은 없지만 IT 및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모바일, 메카트로닉스 등 관련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지역 실정에 비춰 로봇은 가장 적합한 산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북대 로봇산업진흥센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실용로봇연구소,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지능로봇연구팀,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등 로봇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R&D 기반이 잘 구축돼 있다. 로봇산업이 대구경북의 활로를 가져올 수 있는 신성장동력산업의 여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셈이다. 특히 대구와 경북이 로봇산업 발전을 위해 손을 맞잡아 로봇산업 육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최근 공동으로 광역 로봇 발전 전략을 마련, 2018년까지 각 분야별 로봇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안전 및 복지 분야의 경우 2018년 세계시장의 10%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최고의 위상을 구축하겠다는 게 목표다. 경북을 대표하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과 대구를 대표하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은 이미 지난해 이 같은 공동목표를 세우고 '국가로봇산업 진흥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로봇융합연구원의 연구 실적 및 축적 경험을 로봇산업진흥원의 로봇 정책 수립 및 로봇 보급사업 등과의 연계를 통해 시장 확산 등에 기여할 전망이다. ▷국가로봇산업 시장 확산과 R&D 사업 확대 ▷로봇 과학문화 확산 ▷인력 및 정보의 상호교류 ▷기타 협력이 필요한 분야 등 4개 사항에서 상호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서진호 본부장은 "대구경북에는 로봇 전문 연구기관과 대학의 로봇학과가 많은데다 IT 및 임베디드 S/W, 모바일, 센서공학, 메카트로닉스, 디스플레이 등 로봇 관련 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며 "또 제조용 로봇 수요가 많은 자동차(울산), 조선(거제), 전자(구미), 철강(포항)이 집적된 영남 지역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해 육성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개발
로봇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정책 로드맵으로 '제조용 로봇'과 '실용화 로봇'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로봇 선진국인 일본이 이미 지능형 로봇과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력을 지닌데다 미국의 경우 국방과 우주 분야 로봇산업을 특화한 만큼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우리나라 로봇 기술력이 전 세계 5위권이라고 평가받고 있지만 일본과 미국의 로봇 역사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수요처가 많은 제조용 로봇을 육성해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와 자동차부품, 기계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박성수 경북도 미래전략기획단장은 "앞으로 의료와 기계부품 등과 관련한 벤처 로봇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부품기업 등의 중견기업들도 로봇산업에 뛰어들거나 업종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특히 로봇의 경우 육성 의지에 따라 천양지차의 결과를 얻을 수 있어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최근 발표한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에 따르면 로봇산업을 육성할 때 2013년 국내생산이 4조원에 달하지만 소극적으로 대처할 경우 1조8천억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발표를 내놓기도 했다. 2018년에는 20조원과 3조5천억원 으로 격차는 더 벌어진다. 같은 기간 세계시장은 300억달러(33조원)에서 1천억달러(11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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