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이책!] 민주주의의 불만

'정의란 무엇인가'로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일으켰던 마이클 샌델(59)이 이번에는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갖고 돌아왔다. 1996년에 펴낸 '민주주의의 불만'이 번역 출간된 것.

이 책을 통해 샌델은 미국의 헌법과 정치경제사를 풀어나가면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정착됐고,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지금까지 어떻게 치열하게 대립하며 싸워왔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미국의 이야기지만 우리 사회에도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하다. 샌델이 통렬히 비판한 미국식 민주주의의 상당 부분을 한국 사회가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형 슈퍼마켓, 종교의 자유, 집단명예훼손, 애국가 부정 발언 등 한국이 앓고 있는 민주주의의 진통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샌델은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온 미국식 자유주의를 강하게 비판한다. 오늘날 민주주의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은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지나치게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불만'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본래의 민주주의의 모습은 사라지고 점점 자유주의로 치닫고 있는 이 시대에 대한 샌델의 실망 내지는 걱정을 의미한다.

이런 불만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새로운 '공화주의'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 공공성의 원리는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통해 샌델은 공화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우리가 가야 할 새로운 공화주의의 비전을 제시한다.

이 책은 출간 당시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여러 석학들이 샌델이 제시한 민주주의 문제를 살펴보자며 '논쟁! 민주주의의 불만'이라는 책까지 냈을 정도고 아직도 그 논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552쪽, 2만3천원.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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