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싶다!'
편리함과 편안함을 극도로 추구하는 시대에 눕는 문화가 서서히 생활 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에게 육체적 편안함을 주려 온갖 새로운 방법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눕고 자고 싶은 욕구를 현실로 만들어주고 있는 시대다. 침실카페의 등장, 심야버스도 이제는 고급 좌석을 넘어 간이침대에 가까운 형태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치과에서는 환자가 치료용 의자에 거의 누운 상태로 TV를 보거나 심지어 누워서 천장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오락 및 교양프로그램을 즐기며 치료를 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아예 1인용 침대를 제공할 정도의 공간을 확보한 초대형 여객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젊은층에서는 멀티방이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독립된 공간에서 뒹굴뒹굴 하면서 여러 종류의 오락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아예 잠 자러 오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5시간 이용 요금을 내면 DVD 영화 한 편, 각종 온라인 게임, 노래방 등을 즐기고 수면마저 보충할 수 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VIP 상영관에 가면 연인끼리 음료나 간식 등을 즐기면서 넓직한 공간에 거의 눕다시피 한 상태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DVD방 역시 안락의자 수준에서 이제는 퀸 사이즈 침대 수준으로 그 편안함이 격상됐다. 연인에게는 더 없이 안락한 공간이다.
◆공주풍의 '침실카페'
대구 중구 동성로 갤러리 존 인근에 가면 눈에 확 들어오는 간판이 있다. 바로 침실카페다. 상상이 잘 가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보니 공주풍의 레이스가 달린 커튼 사이로 침실처럼 꾸며진 독립 공간에서 연인이나 친구끼리 누워서 얘기를 나누거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책을 읽고 있었다. 반쯤 누워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들도 눈에 들어왔다.
기말시험을 마치고 놀러온 경북여상 2학년 윤이정'성유나'곽민경 양이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곳이 왜 좋으냐'고 묻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누울 수 있잖아요"라고 답했다. 음료값 역시 저렴한 편이라 3시간가량 이곳에서 책도 읽고, 스마트폰으로 다른 친구들과 커뮤니케이션도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이들에겐 이곳이 자신들만의 아지트이자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었다.
4년 전 문을 연 이 침실카페는 이제 동성로의 '눕는 문화 1번지'로 자리 잡았다. 이곳 종업원 박소영(21'여) 씨는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누워 커피나 음료를 즐기고 피곤할 때는 잘 수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며 "20개 정도의 침실이 있다. 이곳에는 달콤한 시간을 갖기 위한 연인들, 편안하게 공부하기 위해 찾는 스터디그룹, 책이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갖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려는 학생 등 다양한 유형의 손님들이 찾는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서 음료(4천∼6천원) 1잔 만 주문하면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 흡연실은 따로 마련돼 있다.
◆누워 즐기는 오락공간 '멀티방'
멀티방은 말 그대로 다양한 '오락'을 한 곳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독립공간이다. 2∼6명이 한 방에 들어가 영화 관람, 게임, 노래 부르기, 컴퓨터 사용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6.6∼15㎡ 정도의 공간에는 침대식 소파와 함께 대형스크린 그리고 각종 오락 장비 등이 갖춰져 있다.
부부인 구성수(40)'이정아(35) 씨는 "영화관에 가는 것보다 이곳에서 4, 5시간 누워서 편안하게 놀다 가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집에서 저녁 먹고 나와 함께 집안에 있는 것처럼 누워서 DVD 영화를 보고 닌텐도 위 게임 등으로 즐기면 정신적 피로와 함께 다이어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용료는 5시간 기준으로 2인 3만원, 4인 4만원, 6인 5만원이다. 1시간만 사용할 경우는 1만∼2만원선이다. 방의 종류는 두 가지다. 3D룸은 3D 영화와 닌텐도 위, 플레이스테이션3, PC방, 노래방 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액션룸에는 3D 영화를 비롯해 닌텐도 위, X-BOX 키넥트(모션 액션), PC방, 노래방 시설이 있다. 영화나 게임을 즐기다 피곤하면 잠시 전원을 끄고 자면 된다. 음료나 간식 등은 로비에 구비돼 있어 언제든지 주문 하면 된다. 아예 먹을거리를 따로 사오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동성로에 있는 멀티방 '멀티 벤치' 주인 박정선(32) 씨는 "멀티방은 편안한 공간에서 여러 종류의 오락을 즐길 수 있어 젊은이들에겐 놀이문화의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치과'고속버스'비행기 좌석도 '눕자'
고객을 안락하게 최상의 서비스로 모시자! 서비스업계가 업종 불문하고 내세우는 모토이다. 상당수 치과의원 및 병원에서는 환자들이 거의 누운 상태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고 있다. 치과의사를 기다리는 동안 혹은 치료를 받는 동안 치료용 의자에 거의 누운 자세로 TV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일부 치과들은 아예 임플란트 수술방 천장에 모니터를 달아놓아 누운 상태에서 TV나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고속버스업체들도 승객들이 좀더 편안하게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눕는 시설 설치에 나서고 있다. 현재 우등 고속버스는 좌석 27개로 실내공간이 넓은 편이다. 차내에 전화기, VTR, 오디오, 온'냉장고 등이 설치돼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이나 호주 등의 장거리 버스처럼 침대칸을 마련한 우등 고속버스가 국내에서도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보잉 여객기는 넓은 공간을 활용해 1등석이 아니더라도 넒은 공간에서 다리를 쭉 뻗고 뒤로 누울 수 있도록 개조해 많은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거리 비행은 반드시 편안하게 누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비행기 제조회사가 잘 간파한 것이다.
'앉지 못하고 누울 수밖에 없는 벤치'도 등장했다. 올해 5월 벨기에와 독일 등지에는 공공장소에 '이 벤치를 설치했다. 덴마크 출신 한 설치미술가가 디자인한 것으로 기존 벤치와 다른 W형태나 V자 형태로 가운데가 푹 꺼져 있다. 벤치의 형태가 누울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것이다. .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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