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야자키의 색깔있는 일본이야기] 스마트폰과 방사능

작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일본에서는 방사능 오염이 일상적 관심사가 되었다. 최근 이동통신사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사장이 방사능 측정 기능이 달린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트위터에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았으며, 제품 개발에는 그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물론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려는 상술이기도 할 것이다. 스마트폰의 전자파와 방사능 가운데 어느 것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지는 증명할 수 없다.

나를 포함해 아이를 키우는 세대는 방사능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육아 관련 서적에는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방법 등이 소개되고 있다. 여성 잡지에는 인기 모델이 자신의 요리법을 공개하고 방사능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 기사를 읽으면 슈퍼에서 판매하는 식재료에 대해 안심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자주 가는 대형마트에는 '방사능 제로'라는 안내문을 붙여놓고 있다. 방사성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예전 같으면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원산지 속이기 사건이 발생한 이후 소비자의 시선은 달라졌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온 손정의 사장의 상술은 대단하다. 스마트폰으로 방사능 량을 측정할 수 있게 되면, 슈퍼에서 방사능을 측정하지 않아도 이 문제는 스마트하게 해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방사능 측정기는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 내가 근무하는 대학의 매점에도 가정용 방사능 측정기를 팔고 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정부와 자치단체가 발표하는 방사능 양에 대해 국민들은 의구심을 가졌다. 이러한 제품이 많이 나오면 정부의 일방적인 정보만을 믿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방사능 측정기를 살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 산들 어떻게 하겠는가. 매일 집에서 방사능 양을 측정해 봐도 어쩔 수 없다. 식품을 살 때 측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시간에 쫓기는 가운데, 지금보다 더 세심하게 식재료를 고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물론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위기감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방사능에 관해서는 다른 나라 사람보다 더 큰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히로시마에 친척이 있는 나는 1945년 8월의 원자폭탄 투하 피해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또 초등학교 시절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산성비 문제로 방사능의 무서움을 알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만큼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다. 후쿠시마로부터 꽤 먼 거리인 나고야에 살고 있는 나도 이렇게 느끼는데, 후쿠시마와 그 주변 사람들은 어떨까.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방사능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해결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진의 나라 일본에서는 언제 어디서 대지진이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소는 전국 각지에 있다. 후쿠시마 사고 후, 나고야에 가까운 하마오카(浜岡) 원전과 쓰루가(敦賀) 원전이 떠올랐다. 그리고 친정집 바로 옆에 있는 플라즈마 연구소는 괜찮은 것일까. 후쿠시마 사고 직후 플라즈마 연구소가 안전을 홍보하는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지만, 역시 불안하다.

내가 처음으로 원자력 발전소와 만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후쿠이현의 쓰루가 해변으로 가족들이 해수욕을 갔을 때이다. 에메랄드와 같이 아름다운 바닷물에 감탄했다. 그 아름다운 풍경 한쪽 구석에 위압적으로 서 있는 원자력 발전소 건물이 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대비되는 건물의 위압감에 불안감을 느낀 기억이 난다. 설마 그것이 현실의 공포로 다가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방사능의 공포가 유령처럼 일본 전체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미야자키 치호·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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