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을 쓰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그 말을 고쳐야 할 것 같다. 권세가 10년은커녕 대통령 임기와 똑같이 5년이 채 되지 않기에 '권불오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정권 교체기마다 실세들이 감옥으로 직행하는 것을 보면 불과 5년 뒤를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분별함에 짜증이 난다. 그들이 저지른 불법은 동정받을 여지가 없지만,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포항시 해도동에 위치한 이상득 전 의원의 사무실을 찾은 적이 있다. '영일대군'이라는 정권 최고 실세의 사무실은 예상과 달리 썰렁했다. 당직자 두어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뿐, 방문객이라곤 우리 일행뿐이었다. 한 당직자는 "얼마 전만 해도 이 의원이 한 번씩 내려오면 사무실 앞이 고급 차량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요즘은 찾아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했다. 이명박 정권이 내리막에 접어든 시점이었고 이 전 의원의 불출마 소문이 퍼져 있던 때여서 충분히 그럴 만했다.
당시 이 전 의원은 불출마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다. 필자에게 30분 가까이 영일만신항에 대한 얘기만 계속 들려줬다. 20년 전부터 신항만을 구상해왔으며 예산을 어떻게 따왔고, 신항만의 가치와 중요성을 특유의 쉰 목소리로 설명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열정 하나만으로 내리 6선을 할 만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현재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지만 포항 발전에는 상당히 기여한 정치인이었다. '권력 남용'의 죄는 밉고도 밉지만 '포항 정치인'으로서의 그는 이해될 수 있다면 너무나 감상적인 이야기가 될까.
이 전 의원으로 인해 포항이 인프라 건설과 예산 배정에 큰 도움을 받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론도 있지만 '형님 예산'이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검찰 수사가 대선 자금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불안해하는 포항 기업인들도 있겠지만, 그동안 혜택을 본 이들이 어디 한둘인가. 솔직히 그가 없는 포항은 왠지 무게감이 떨어져 보인다. 좋든, 좋지 않든 언제 또다시 포항이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이 오르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더라도 포항마저 역사의 뒷무대로 쓸쓸히 사라질 수는 없다. 옛것이 가면 새것이 오는 법. 포항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미지로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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