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흥시장·죽도종합상가·아파트
#매주 화요일마다 돌며 이웃 사랑
"칼 갈아요 칼 갈아, 무료로 칼 갈아드립니다. 못 쓰는 칼, 부러진 칼 가리지 말고 다 들고 오세요."
이달 3일 오전 10시. 초여름 더위에 늘어진 용흥시장(포항시 북구 용흥동)을 활기차게 깨우는 목소리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인근 식당들과 아파트단지에서 아주머니들이 쏟아져 나온다. 10분도 되지 않아 목소리의 주인공인 50대 남성 앞에 수십 자루의 칼과 가위 등이 쌓였다. 큰 식칼부터 조그만 스테이크용 나이프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50대 남성은 이 중 큰 식칼 한 자루를 쥐고는 능숙한 자세로 숫돌에 물을 뿌리고 묵묵히 갈기 시작했다. 바로 9년째 이곳에서 무료 칼갈이 봉사를 하고 있는 이화연(58) 씨의 모습이다.
"음식을 만들다 칼이 잘 들지 않으면 짜증이 나잖아요. 이렇게 내가 칼을 잘 갈아주면 이분들이 집에 가서 기분 좋게 요리를 하고 또 맛나게 먹고, 그러다 보면 집안도 화목해지고 얼마나 좋습니까."
2003년부터 이 씨는 매주 첫째 주 화요일이면 이곳에 나타나 칼갈이 봉사를 하고 있다. 용흥시장뿐만 아니라 둘째 주에는 죽도동 종합상가, 셋째 주와 넷째 주에는 시내 아파트단지들을 순회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9년 동안 하루도 빠진 적이 없다보니 이곳에서 이 씨는 이미 유명 인사다.
이 씨는 "원래 오전 10시부터 시작하는 데 그 전부터 나와서 기다리는 사람도 았다. 어떤 사람은 6, 7자루는 기본이고 많게는 10자루도 들고 온다"며 "오후 4시까지 칼을 갈다 보면 하루에 보통 150∼200자루는 갈게 된다"고 했다.
9년 동안 갈아온 칼은 4만 자루가 넘는 이 씨는 "갈아온 칼만큼 자신의 못난 과거도 조금씩 갈아져 가는 것 같아 평온한 마음이 든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 씨는 목수일을 하면서 술을 마시고 싸우기 일쑤였다.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교회에 나가게 됐고, 교회의 식당 칼을 갈아주다보니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이 좋아 9년 전 봉사를 시작하게 됐다.
이 씨는 "거창하지 않지만 가진 기술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니 기운이 난다. 상대방이 웃는 모습이 나를 살아가게 해주는 원동력이다"며 "앞으로도 기운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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