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악취나는 시민의식 팔공산은 울고 싶다

팔공산이 성숙하지 못한 시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취사금지구역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위), 물놀이금지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고(중간), 불법주차를 하거나(아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모습(맨아래)을 팔공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팔공산이 성숙하지 못한 시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취사금지구역에서 고기를 구워먹거나(위), 물놀이금지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고(중간), 불법주차를 하거나(아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모습(맨아래)을 팔공산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시민들의 성숙하지 못한 공원 이용 에티켓으로 대구경북민들의 휴식처이자 인기 등산로인 팔공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

8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산 동화집단시설지구.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나무그늘 아래에서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가스버너 위에 프라이팬을 올려놓고 고기를 굽고 있었다. 고기 타는 냄새와 연기가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지만, 이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야영을 할 수 없는 곳인데도 텐트를 치고 가스버너와 냄비를 가져와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들도 많았고 낮인데도 맥주와 소주를 마신 뒤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올 수 없는 곳이지만 곳곳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애완견들은 목줄도 매지 않고 마음대로 돌아다녀 어린아이들이 놀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주부 김은주(40'대구 북구 침산동) 씨는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역해 나들이 기분을 잡쳤다"며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면 될 텐데 밖에서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쓰레기를 남기고 남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불평했다.

같은 시간 팔공산 수태골. 수백여 명이 계곡 입구에서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으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곳은 물놀이를 할 수 없는 곳이지만 수영복을 입은 채 물놀이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입구에서 100m 떨어진 5m 높이의 폭포에서는 20대 초반의 한 남성이 폭포 아래로 뛰어내렸다. 이어 일행으로 보이는 남성 3명도 뒤따라 뛰어내렸다. 지나가던 등산객들은 다이빙하는 모습을 걱정스럽게 쳐다보면서 혀를 찼다.

박순정(47'여'대구 서구 원대동) 씨는 "'수영금지'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데도 왜 뛰어내리는지 모르겠다"며 "잘못 뛰어내리면 바위에 부딪칠 수도 있는 위험한 곳인데 사고가 나면 어쩔 것이냐"며 혀를 찼다.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사람들은 극소수였고 수태골 입구 아래쪽 계곡에는 수박 껍질과 술병, 스티로폼 상자, 비닐 포장지 등이 나뒹굴고 있었다. 음식물 주변에 파리 떼가 들끓고 악취를 풍겨 지나가는 사람들이 코를 막았다.

정기영(36'대구 북구 태전동) 씨는 "아직까지 자기 쓰레기를 되가져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서 "휴가철이 본격적으로 다가오면 나들이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악취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팔공산이 행락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공원관리사무소는 인력 부족을 이유로 취사금지, 쓰레기 무단 투기 등 단속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현재 팔공산 내 3천536만5천㎡의 면적을 관리하는 직원은 12명에 불과하다.

팔공산공원관리사무소 최상욱 관리계장은 "팔공산은 우리 모두의 자산인 만큼 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며 "취사행위 등을 막아도 처음에는 알겠다고 했다가 단속반이 돌아가면 같은 행동을 반복해 아쉽다"고 말했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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