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 보도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귀농에 동참하는 이들이 최근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소식은 회색 도시의 삶에 지친 도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한데 실제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칠까. '하다 안되면 농사라도 짓지' 하는 식으로 쉽게 생각하고 귀농을 실행한 이들 중 상당수가 농촌에 적응하지 못하고 되돌아간다. '전원일기'와 같은 환상을 품고 농촌으로 오는 도시민들을 마냥 반기기만을 어려울 것이다.
이런 환상은 시골학교에 대해서도 대체로 비슷하게 적용된다. 흔히 TV나 매스컴을 통해 비쳐지는 시골학교의 모습은 '동화' 그 자체다. 전교생 10명 안팎인 시골의 어느 분교. 사슴같은 눈망울의 아이들과, 아이들 못지 않게 순수하고 친절한 선생님이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학교 뒷동산에서 뛰어노는 모습은 자연과 순수에 대한 도시민들의 귀소본능을 자극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현재 우리나라 농'산'어촌의 읍'면 단위 소규모 학교들이 처한 현실은 이런 동화같은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하루가 다르게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언제 폐교가 될지 모를 불안함 속에 힘겨운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 수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경북도교육청 경우 최근 10년 간 매년 1만 명 안팎의 학생이 줄어들고 있다. 2000년 44만여 명에 달하던 경북도내 전체 학생 수는 올해 33만3천여 명으로 떨어졌다. 12년 만에 10만7천여 명이 감소했다. 2016년쯤에는 3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도내 초교는 30개(분교장 17개 포함)에 달했고, 신입생이 0명인 고교까지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기존 '1면(面) 1교(校)' 정책은 '다면(多面) 1교(校)' 정책으로까지 후퇴해 학교 통폐합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학교가 아예 없는 읍'면이 속출하게 된다는 얘기다.
학생 수가 적다보니 두세 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복식수업'을 하는 초교가 양산된다. 속 모르는 사람들의 눈에는 언니, 누나, 동생들이 한 반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를 일이지만 교사 1명이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리 없다. 읍'면지역 중'고교에서는 교사가 자신의 전공과목이 아닌 다른 교과목의 수업을 가르치는 '상치수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가르쳐야 할 과목은 많은데 교사 수가 부족하다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특정 과목 교사가 여러 학교를 맡는 '순회교사'까지 두고 있지만 정상적인 교육 환경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가운데 도교육청이 최근 수년 간 진행 중인 소규모 학교 공동교육 프로그램은 시골학교의 자생력을 키우는 좋은 모델로 손꼽을 만하다. 읍'면 단위 작은학교 98개교를 2~4개씩 38개 군으로 묶어 함께 공부를 한다. 같은 학년끼리 한 교실에서 공부하고, 합창이나 현장학습도 함께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만 기왕 사업을 시작한 김에 도 교육청은 현재 9억원인 관련 예산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예산으로는 월 1회 학생 운송 경비를 보조하기에도 벅차다. 힘든 현실에 처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들을 도울 적극적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
최병고/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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