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터를 시작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였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해야 할 상황이 생겼다. 녹음기를 들고 정장을 차려입고 공사 현장에 씩씩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고 있는 남성을 발견하고는 인터뷰를 시도했다. "안녕하세요. 방송국에서 나왔는데요. 인터뷰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이때 나를 쳐다보는 아저씨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뭔교? 그런 걸 왜 우리한테 묻는교! 바쁘구마, 말 시키지 마소!" 더 이상 말도 못하고 당연히 인터뷰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당시에는 그 아저씨가 원망스럽기만 했다. '인터뷰 좀 해주면 되지. 뭐 그렇게 화를 내지.' 그런데 그 후 몇 년 동안 방송을 하면서 당시 인터뷰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나의 부족한 공감능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년 후 다시 공사 현장에서 인터뷰를 녹음해야 할 기회가 왔다. 이번엔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바로 공감대 형성을 통한 공감 능력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복장부터 편안하게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양손에 막걸리와 두부를 사들고 공사 현장으로 나섰다. 또한 아주 중요한 포인트, 타이밍을 맞추었다. 출출한 시간대로 참이 생각날 만한 시간에 맞춰서 갔던 것이다. 그리고 아저씨들의 터프한 목소리 톤과 조금은 털털한 태도로 대화를 시작했다. "아저씨, 덥죠? 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요. 출출할 때도 되셨을 텐데. 여기 막걸리 한잔 하면서 얘기 좀 하면 안 돼요?" "뭐 때문에 그러는데요?" "에이, 그냥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고, 일단 자 앉아서 막걸리 한잔 하시죠."
이렇게 막걸리를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의 인터뷰에 적당한 내용들도 언급이 되었고 어느 정도 아저씨가 긴장이 풀렸을 때쯤 노크를 했다. "저기요, 사실은 제가 방송국에서 나왔는데요. 좀 전에 말씀하셨던 거,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물론 선뜻 처음부터 잘 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결국 인터뷰에 도움을 주었다.
그 성공의 비결은 바로 공감대 형성에 있다고 본다. 인터뷰를 하러 현장에 나가보면 이렇게 상대방의 마음을 열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현장의 소리를 생생하게 살려서 카메라에 담고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이 리포터의 역할이자 역량이다. 특히나 언어의 절제미(?)가 뛰어난 경상도 사람들을 인터뷰로 끌어내기까지는 공감대 형성이 엄청나게 필요했던 것 같다. 이렇게 마음의 문을 여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소통한다면 더욱 건강한 대인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글로벌공감교육센터장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