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나 선박의 전유물로 보였던 블랙박스의 자동차 장착이 일반화되면서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게 줄었다. 대신 인터넷에는 'XX사고 동영상'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심심찮게 떠다닌다. 블랙박스의 활약에 쾌재를 부르는 곳 중 하나는 보험업계다. 단순히 움직이는 차량에 부딪쳐 보험금을 요구하는 사례는 블랙박스 분석으로 들통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험업계도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의 보험료를 3~5% 할인해주고 있다. 40만원가량 자비를 털어 블랙박스를 장착한 수고를 겸허히 받아들인 것이다. 고객에게 덜 받는 보험료 대신 엉뚱하게 새는 보험금을 막을 수 있어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급발진 현장도 잡아낼 수 있는 신형 블랙박스도 출시됐다. 운전자의 발밑에 카메라를 설치해 급발진 사고가 발생해도 가속페달과 브레이크의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업체와 제품수도 증가하고 있다. 현재 블랙박스 시장에는 130여 개 업체가 400여 종 제품을 출시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올해 블랙박스 시장을 100만 대 수준으로 예상했지만 지금까지 추세대로라면 그 이상도 무난해 보인다. 2010년 25만 대 규모였던 블랙박스 시장이 불과 2년 만에 4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업체가 많고 제품이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만 업체 난립이 서비스 질 저하로 연결되고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하소연이다. 이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업체가 많으니 비슷한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가격으로 승부를 걸게 되고, 결국 함량 미달의 블랙박스가 적잖다는 것이다. 일부 제품은 업체가 부도나면서 A/S가 물 건너간 경우도 있다.
고객 입장에서 공급사가 독점일 때는 다양성 부족으로 불만이지만 공급사가 넘쳐날 때는 옥석 가리기에 신중을 기해야 해 머리가 아프다. 제품을 선택한 뒤 '내 것이 최고'라고 최면을 걸기보다 마지막 선택 때까지 충분히 비교해보고 결정하는 지혜가 '블랙박스 전성시대'에 더 필요해 보인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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