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티가 좋아요, 내가 좋아요?" "내려서 얘기해줄게요. 베티가 듣잖아요."
검은 소와 누렁소 중 어떤 녀석이 일을 잘하는지를 두고 나눈 황희 정승과 농부 간 대화가 아니다. SBS 주말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주인공 중 한 명(장동건)이 자신의 차 안에서 갓 사귄 여자친구(김하늘)와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닭살이 돋는 것은 일단 차치하고, 왜 '베티'라 이름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여하간 그 차는 메르세데스-벤츠의 ML63 AMG(1억5천90만원)다. M-Class 시리즈 중 최고 사양 모델이다.
1997년 첫선을 보인 메르세데스-벤츠 M-Class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120만 대 이상의 판매를 기록했다는 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장동건의 베티'라며 세간에 회자될 정도로 관심을 끄는 모델임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막상 4시간 가까이 시승해보니 '장동건'은 거들 뿐이었다. "역시 벤츠네요"라고 불쑥 말해버릴 정도로 힘, 정숙성, 제어력이 뛰어났다.
이달 4일 대구 남구 대명동 메르세데스-벤츠 대구경북 총판인 중앙모터스에서 M-Class 중 가장 낮은 사양인 ML250(7천990만원)을 시승했다. 배기량 2.2ℓ의 ML250은 이번에 새로 출시된 모델이다.
차에 오르기 전, 디자인에서 속칭 '마초삘'이 제대로 전해졌다. 생긴 것만 봐도 남성용 SUV로 보였다. 여자들이 찾는 경우가 있느냐는 물음에 갸우뚱거리는 고갯짓이 돌아왔다. 사진을 보면 충분히 알겠지만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이 웅장하고 차 측면을 가로지르는 선이 굵다. 턱선이 발달한 남성이 입술을 약간 벌린 모습이랄까. '남성적이고 터프하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했다'는 회사 측 의도가 잘 반영된 듯했다.
차량 내부는 전반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특히 시야 확보가 좋았다.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시트나 대시보드에 다다닥 붙어 있는 오락성 편의장치는 여느 수입차와 비슷했다.
본격적인 시승에 들어갔다. 시승 구간은 앞산순환도로~상화로~남대구IC~중앙고속도로~팔공산으로 삼았다.
시동을 걸었다. 버튼식 스마트키는 아니었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도 아니었다. 다만 디젤차치곤 조용했고 떨림이 거의 없었다. 시내 주행은 그저 그랬다. 정차했을 때 주변 차들이 흘깃흘깃 보고 있다는 걸 빼면 크게 내세울 게 없었다. 이 차의 장점은 고속주행에서 나타났다. 상화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았더니 순식간에 시속 120㎞를 넘어섰다. 당황해 브레이크를 밟았더니 급제동도 무난했다. 솔직히 시속 120㎞까지 올라간 줄도 몰랐다. 고속도로에 빨리 오르고 싶었다.
남대구IC를 거쳐 중앙고속도로에 오르면서 거침없이 내달렸다. 읍내터널까지 약간 오르막이었지만 시속 160㎞는 가뿐했다. 3천rpm을 넘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쳤다. 최대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51.0㎏'m의 성능을 충분히 느낄 만했다. 세단급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팔공산으로 접어들어 급커브길을 달렸다. 차체가 높은 SUV의 한계는 있었다. 어느 정도의 쏠림은 각오해야 했다.
안전장치도 훌륭하다. 차량 앞뒤에 충격흡수를 위한 변형 가능 구역을 배치했다. 최대 9개에 이르는 에어백은 사고 유형과 사고 강도에 따라 작동된다. 연비는 올해 새롭게 바뀐 복합연비 기준으로 11.9㎞/ℓ다. 출시 모델은 총 3가지다. ▷ML250 7천990만원 ▷ML350 9천240만원 ▷ML63 AMG 1억5천90만원이다. 문의는 메르세데스-벤츠 대구총판 중앙모터스 053)629-9000.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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