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다례엔 민족의 문화성과 자연성이 녹아 있어요. 특히 대구의 차인들은 특유의 뚝심으로 고유의 차 문화를 잘 계승하고 있어 친정 같은 대구에 올 때마다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6일 오후 2시 400여 명의 차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구박물관에서 향토 출신 차인 성곡 김성곤(쌍용그룹 창업자)과 명원 김미희 선생의 업적을 재조명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 김의정(72'사진) 명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참석했다. 김 이사장은 어머니 김미희 선생의 뒤를 이어 2대째 고유의 차 문화를 전승 중인 무형문화재 '궁중다례의식' 보유자다.
"대구는 명원의 차 문화를 이은 5대 제자까지 양성돼 있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차인이 활동하는 곳입니다. 그만큼 전통 다례의 계승에 대구 차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지금의 명원재단이 있게 된 것도 어머니의 영향이 컸죠."
명원 김미희 선생은 1950년 당시 6'25전쟁 와중에 헬싱키올림픽 문화사절단으로 참가해 유럽 국가를 둘러보았다. 그때 그들의 절제되고 고유한 식음문화가 선진국의 진정한 힘임을 깨닫고 일제강점기 때부터 왜곡된 우리 다도를 복원하기 위해 차 관련 자료와 다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차인으로 알려진 스님들조차 일본식 다례법을 따르는 상황에서 전통 다례법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순종효왕비와 인연을 통해 극적으로 궁중 다례법을 아는 상궁 3명을 만났고 그중 상궁 김명길 씨로부터 전통 다례법을 전수하게 됐다.
이후 김미희 선생은 사재를 털어 다기제작부터 차 연구 각종 세미나 등 우리나라 다례 복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부군 고 김성곤 씨도 적극적인 외조를 했다.
"어머니는 확고한 국가관을 갖고 우리 차 문화를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어릴 적부터 어머니 어깨너머로 차를 접하면서 다례를 배웠죠."
김 이사장이 본격적인 차 문화를 받아들인 시기는 대학 재학 시절 어머니로부터 차 끓이는 불씨를 넘겨받으면서부터다. 그리고 1979년 차 관련 학술대회를 최초로 열기도 했다.
"어느 나라든 차는 정치, 경제, 문화의 총집합체입니다. 중국 아편전쟁, 미국 보스턴 차 사건을 비롯해 일본 막부가 동서로 갈라졌을 때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권을 잡게 된 극적인 계기도 차실에서 합의가 된 결과인 셈이죠."
반세기 넘게 차와 인연을 맺고 있는 김 이사장은 다도는 전혀 어려운 게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적은 돈을 들이고도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 남을 위한 배려 함양, 정성스런 마음가짐, 온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이면 충분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다도를 청소년 인성교육에 활용할 필요성을 느끼고 현재 다도교육을 추진 중에 있다.
"단지 차만 음미하는 게 아니라 주변에 계절성을 상징하는 꽃꽂이 등 자연과 함께 해야 참된 다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조선왕실의궤 환수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조선의 보물인 왕실의궤가 일본으로부터 환국하는데 큰 몫을 했다. 일본의 차인들과 맺은 인맥을 통해 약 3년에 걸친 노력으로 의궤 147종, 1천200책이 우리나라도 돌아오게 된 것이다.
"한'일 양국 차인들의 순수한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겁니다. 차를 통한 양국의 우정이 빼앗긴 조선의 보물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 같습니다. 이제부턴 어머니 뜻을 기려 한국 다도의 대중화에 더욱 힘쓸 작정입니다."
김 이사장은 국립민속박물관회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도 맡아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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