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국 최초 '개방형' 병원 대구에서 문 열다

일반의원에서도 대형 종합병원에 버금가는 '안전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개방형 병원(attending system)이 대구에서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대구시 중구 봉산동 S타워에 입주한 동산통증의학과(원장 박석/김덕재)에서는 지난 4일 재미교포 A씨를 상대로 안면주름제거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수술팀은 동산통증의학과 의료진이 아닌 대구 시내 K성형외과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으로 구성됐다. 동산통증의학과에서는 수술실과 각종 장비를 제공하고, 수술을 위한 마취 및 사후 회복 관리를 맡았을 뿐이다.

"환자가 재미교포이어서 첫 번째 수술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성공적으로 마무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개방형 병원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설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일반화된 형태입니다. 이번 달만 4건의 수술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박석 원장이 개방형 병원을 본격적으로 구상하게 된 것은 부인(계명대 의대 교수)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환교수 간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듀크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개방형 병원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성형외과, 치과, 신경과 등 일반의원에서 수술을 하려면, 마취과 의사를 초빙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이후 회복될 때까지 마취과 의사가 충분히 환자를 보살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수술 이후 마취에서 깨어나기까지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지만, 환자는 무방비로 방치되어 있는 것이 됩니다."

'안전한 수술'과 '빠른 회복'을 모토로 내건 개방형 병원인 만큼, 간호사들도 10년 이상의 베테랑으로 채용했다는 것이 박석 원장의 설명이다. 물론 동산통증의학과 수술실은 대형 종합병원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한 최신 설비와 규모, 환경을 갖췄다. 수술을 할 때는 반드시 1회용 가운을 사용함으로써 환자를 감염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

개방형 병원은 이처럼 환자의 안전과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개업의들에게도 수술실과 수술장비를 갖추는 부담을 덜어줄 수 있어 경제적이다. 개업의들이 초기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될 경우, 환자들에 대한 과잉진료 유혹(?)이 한결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동산통증의학과에서 시도한 한국 최초의 개방형 병원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제들이 적지 않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보험이 적용되는 질환의 경우 환자가 접수한 병·의원에서 치료를 하도록 의료행위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방형 병원은 '불법'이 되는 셈이다.

"현행 의료법이 비합리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법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환자의 동의가 있는 비보험 수술만을 개방형 병원에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에 개방형 병원 운영에 대한 질의를 해둔 상태입니다."

박석 원장은 "미국의 보훈병원이 개방형 병원의 대표적 형태"라면서 "저렴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개업의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임으로써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개방형 병원이 우리나라에서도 더욱 일반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의: 053)427-0075

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영상·장성혁기자 jsh5029@msnet.co.kr

편집 하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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