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창작뮤지컬'시대를 열자

뮤지컬 맘마미아로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의 불을 지피기 시작한 지도 10여 년이 됐다.

맘마미아 세대 관객들의 뮤지컬에 대한 열정과 애정은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초석이 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뮤지컬, 연극, 이벤트 공연 제작자들은 대구에서의 공연을 꺼렸던 게 사실이다. 이제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뮤지컬만큼은 대구가 서울 못지않은 중심지가 되고 있다.

제작자들과 배우들에 따르면 대구 관객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는 작품과 공연은 전국공연에 실패한다고 얘기한다. 지역 관객들의 수준이 단순한 작품 감상의 수준을 넘어 평가도 날카롭기 때문이다.

정착 단계를 넘어선 DIMF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지역 뮤지컬 관객들의 날카로운 평가와 시선을 '창작 뮤지컬'로 옮겨야 한다.

뮤지컬 평론가들은 "해마다 대구만의 확실한 색깔을 갖춘 창작뮤지컬은 재미, 대중성, 작품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구시와 DIMF 조직위원회가 제작한 '투란도트'는 지역의 뮤지컬 제작 프로듀서 능력을 보여주었다. '투란도트'는 하반기부터는 중국 3대 도시 투어에 나서고 무대에 3M 입체 영상을 입혀 차별화된 뮤지컬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에서 출발했거나 앞으로 태어나게 될 우리 지역 뮤지컬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제부터 제작되는 토종 뮤지컬은 제작비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에서도 지역 전문가들의 참여 비중이 늘어나고 이들의 능력 향상도 뒤따라야 한다. 그러한 환경을 갖추어야 하고, 그것을 절대적인 원칙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에서 역량을 갈고닦은 희곡, 작사, 작곡, 연출, 프로듀서, 배우와 스태프가 골고루 균형 있게 참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6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참여한 공식 참가작 가운데 '비방문 탈취작전'은 지역의 뮤지컬 전문 인력들이 만든 작품이다. 우리지역에서 우리가 쓰는 친근한 언어로 감칠맛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비교해 다소의 아쉬움을 느꼈을 것이다. 규모, 작품성, 노래와 스케일 면에서 아직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작뮤지컬을 감상하는 맛은 다소 다르고, 감동도 다르다. 반찬이 20여 가지가 나오는 고급 한정식보다는 때로는 '김치' 한 가지로 밥을 먹을 때 더 맛있고 입맛이 개운한 식사가 될 때도 있지 않은가? 창작뮤지컬의 맛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감동의 속도도 다르다.

딤프의 방향도 '창작지원작'의 활성화이고, 뮤지컬 창작 작품을 개발해 세계시장에 '대구 출생' 뮤지컬을 내놓는 것이다. 작년 딤프를 통해 발굴돼 이번 뮤지컬 축제에 공식 초청되는 '식구를 찾아서'는 딤프의 창작지원을 통해 성공한 작품이다.

해마다 대구에서 창작지원을 받아 우리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기다리는 제작사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작품심사 경쟁률도 높고, 평가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창작지원작이 탄생된다. 딤프도 창작지원작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번에 창작지원작에 선정된 '데자뷰' '내 인생의 특종' '발레소녀 안나' 등 6개 작품이 관객들의 날카로운 평가 시험대에 올랐다. 6개 작품 모두 우리 지역에서 첫 출생신고를 한 작품이다.

이 작품들 가운데 우리 지역의 뮤지컬 전문 인력들이 뭉쳐서 만든 작품이 '데자뷰'다. 이 작품은 제주도 아트페스티벌에 초청돼 시연 공연을 마쳤고, 음악과 극의 짜임새가 좋다는 평가를 받아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초조대장경 초판 천 년을 맞이하고 있는 부인사에서 미라가 발견된다는 설정을 통해 극을 뮤지컬로 풀어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드라마적 소재를 특유의 템포감으로 속도를 내고,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맨다. 이 작품에서 새로 작곡된 뮤지컬 노래도 극중 인물의 감정을 절묘하게 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제 뮤지컬 축제는 막을 내렸다. 남은 것은 관객들의 날카로운 평가다. 그리고 축제를 마치고 감동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간 우리 관객들 시선이 창작뮤지컬로 좀 더 넓게 옮겨진다면 대구는 한국의 뮤지컬 도시를 넘어 세계 뮤지컬시장에도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뮤지컬 축제의 궁극적인 주인공은 관객이고 관객의 역할이 성패를 좌우한다.

김건표/대경대학 연극영화방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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