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구문화재단 강당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서양화가 이인성 화백의 작품세계와 그의 삶 속에서 함께 고민하고 즐거움을 나누었던 동료 화가들의 이야기들이 마치 우리네 할아버지 시절 이야기를 전해 듣는 것처럼 재미나게 진행되었다. 대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불행한 현대사로 인해 일찍이 잊혀졌던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발제자들을 통해 새롭게 밝혀져 마치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하듯 즐거운 지식 공유의 시간이었다. 사실 인문학과 관련된 집단토의는 하나의 현상을 누가 연구하고 해석하여 평가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인문학의 집단토론회는 항상 흥미롭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다양한 집단토의를 경험한다. 콘퍼런스, 세미나, 심포지엄, 포럼, 워크숍 등은 용어가 주는 의미에서 유사성을 느낄 수 있지만 형식마다의 엄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심포지엄과 포럼이다. 심포지엄(sympo sium)은 어떤 논제에 대하여 다양한 의견을 가진 전문가나 권위자들이 각각 강연식으로 의견을 발표한 후에 청중이나 사회자로부터 질의응답을 갖는 방식을 말한다. 그리고 포럼(forum)은 청중의 참가를 의미하는 방식으로, 제시된 과제에 대해서 2명 이상의 전문가가 대화를 통해 토의하고 그 문제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다시 추구하며 문제점을 짚어가는 방식을 말한다. 심포지엄보다는 청중의 참여도가 높은 게 포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포럼의 집단토의 문화에 참여하는 걸 꽤나 불편해한다. 그저 강연회에 참석한 청중처럼 귀만 열어 지식과 정보만을 얻어 가려 한다. 다시 말해 정해진 논제에 대한 정보 공유보다 일방적인 지식수집에만 의존하려 한다.
인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집단토의에서 서로의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경우 서로의 의견들을 주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어야 한다. 그 내용이 논제에 벗어난다 하더라도 청중들의 참여도가 높은 포럼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또 다른 대안과 방법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청중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질의응답 시간 배정과 소수의 인원만 한정하는 방법에서 탈피해 토론자의 발표시간 준수와 자연스런 청중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운영방식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
한낮의 찜통더위를 피해 저녁시간에 시작되었던 이날 포럼은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공식적인 토론회는 끝이 났다. 하지만 몇몇 참석자들과 함께 인근에 있던 생맥주집에서 또 다른 논제로 토론이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김 태 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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