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의 窓] 사면초가 포항

요즘 포항은 무덥다. 동해의 이상 기온 탓에 아침 저녁으로 추위를 느낄 정도로 선선했기에 이곳의 초여름 날씨를 칭송하던 것이 불과 며칠전이었다. 비가 뿌리고 나더니 이제는 해수욕장 상인들이 안도의 한숨을 쉴 정도로 덥고 습해졌다. 날씨가 확연히 바뀌는 그 며칠동안 포항시민들의 마음을 착잡하게 만드는 뉴스들이 잇따라 전해졌다. 이상득 전 의원의 사법처리와 포항 경제의 계속되는 불황 소식이 그것이다. 그뿐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앞으로 전해질 뉴스는 그보다 더할 것이라는 점에서 암담하기 짝이 없다.

먼저 MB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사법처리에 따른 후폭풍이 걱정스럽다. 이 전 의원이 이곳에서 내리 6선을 하면서 수많은 인간 관계를 맺어왔기에 각종 의혹이 돌발적으로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차관도 포항지역 기업인들과 이리 저리 설켜 있었는데, 정권 실세였던 이 전 의원은 더하면 더했지 전혀 못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구설에 올라있는 기업인, 정관계 인물이 한둘 아니어서 우려스럽다.

이 전 의원 건은 일부에 국한된 것이지만 서민 생활이 더 큰 문제다.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돼 소상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지난 1997년 IMF때도 끄떡없던 지역 경제가 포스코의 불황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포스코의 경쟁력 회복이 유럽발 경제위기에 달려있다고 하지만 예전같은 호황은 다시 오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포항 경제의 한 축을 차지한 것이 활발한 인프라 건설사업이었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다. 1조7천억원을 기대했던 내년의 국·도비 예산이 올해는 1조원 안팎에 머물 것이라는 답답한 소식도 있다.

무엇보다 올해가 이명박 정권의 임기 마지막해라는 점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MB정권의 포항 기여도는 차치하더라도 알게 모르게 시민들의 상실감이 더해 질 것이 분명하다. 내년부터 포항이 당장 '미운 오리새끼'가 전락할 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금 포항 하늘에는 먹구름만 잔뜩 끼어있다. 언제 천둥벼락이 치고 비바람이 몰아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는 무척 힘든 한해가 될 것이다. 포항이 시련을 딛고 올라 설 지, 아니면 끝없이 추락을 계속할 지는 예측조차 할 수 없다. 포항은 엄청난 시험대에 올라있다.

박병선 동부지역본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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