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고처리비용 자부담 알지?" 버스회사, 기사에 부담 전가

"안따르면 인사 조치" 협박…기사들 울며겨자먹기 변상

버스기사 A(51) 씨는 지난 3월 운행 중 교통사고를 냈다. 회사가 사고처리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A씨도 절반가량을 내야 했다. 회사 측에서 A씨에게 "교통사고 처리비용 45만원 중 20만원을 부담하면 무사고 처리를 해주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A씨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돈을 냈다"고 털어놨다.

대구 시내버스 회사 K교통이 기사들에게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떠넘겨 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K교통 노조는 6일 "대구버스지부 단체협약에 따르면 버스기사가 교통사고를 냈을 경우 회사는 피해액을 기사에게 변상시킬 수 없다"면서 "기사가 사고처리 비용을 내는 것은 회사 측이 부당한 인사조치와 승무정지 등을 이유로 암암리에 협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기사가 사고처리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경우 회사는 '고정기사'에서 '예비기사'로 바꾸는 인사조치와 승무정지 등 불이익을 준다는 것.

이 시내버스 회사는 보험처리를 하고서도 기사에게 사고처리 비용을 부담케 해 수익을 챙기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기사 B(57) 씨는 지난해 11월 버스를 몰다가 사고를 내 회사로부터 교통사고 처리 비용 400만원을 부담하라는 제안을 받았다. B씨는 거절하면 '고정기사'에서 '예비기사'로 바꾸겠다는 회사 측 말에 어쩔 수 없이 매달 20만원씩 100만원을 회사에 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보험처리를 한 뒤에 B씨에게 따로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고정기사'에서 '예비기사'로의 인사이동은 버스기사들이 가장 두려워한다"면서 "예비기사는 정해진 휴무일도 없는 데다, 다른 사람의 버스를 몰다 보니 사고 위험도 높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사례가 다른 업체에도 많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버스회사가 기사에게 교통사고 처리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사고 건수가 많으면 보험수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교통 노조 관계자는 "버스기사가 두려워하는 승무정지, 부당한 인사 등을 빌미로 회사가 부담해야 할 돈을 기사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관행으로 자리 잡아 기사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교통 관계자는 "기사들이 무사고 처리를 하기 위해서 사고처리 비용을 낸 적은 있지만 기사들에게 사고처리 비용을 내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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