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지도자급 한 원로 인사는 최근 사석에서 "새누리당의 대권 주자 가운데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가장 낫다"고 말했다. '깡'과 '내공'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였다. 김 지사가 TK 출신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운동권 출신 우파(右派)에 인색한 지역 정서를 생각하면 의외의 호평이었다.
12일 경선 참여 선언을 하는 김 지사의 대선 출마는 '깡' 내지 오기(傲氣)로 비칠 여지가 많다. 아무래도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서기는 힘든 상황 때문이다. 김 지사 스스로도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선거캠프엔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사람'이란 글귀와 계란이 바위를 두 동강 내는 그림도 걸려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승리 이후 유력 대권 주자로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김 지사가 올해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란 내용의 '보수집권 플랜B'란 정치평론 서적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김 지사는 지난달 열린 대구대 초청 특강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나를 돕는다면 누구와도 붙어도 이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4월 22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정작 당내 경선 참여를 두고는 장고(長考)를 거듭했다. 여야를 통틀어 가장 먼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었던 초반 기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충분한 검토와 계획 없이 대권 도전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깊은 고민의 배경에는 참여와 불참에 따른 복잡한 이해득실 셈법이 있다. 일단, 참여할 경우 차차기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당을 위해 희생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데다 의미있는 2위를 기록한다면 '포스트 박근혜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리스크도 크다. 자칫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을 경우 오히려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게다가 경선 룰 변경이 없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도 바람직하지 않다. 김 지사 캠프 내부에서도 "도지사 사퇴를 둘러싸고 오락가락한 데 이어 경선 참여를 놓고 다시 말을 바꿀 경우 불어닥칠 역풍이 우려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걱정은 현실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정치인 신뢰도 조사'(전국 800명, 전화면접조사)에서 김 지사는 7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 공동 1위였던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1위를 고수했지만 그는 수직하락한 것이다.
물론 김 지사의 강점도 많다. 좌우 진영 어느 쪽을 향해서라도 할 말은 다하는 당당함, 전향 우파 출신이라는 약점을 딛고 '보수의 아이콘'으로까지 떠오른 투철한 국가관과 추진력, 청렴함 등이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알려졌던 법륜 스님은 "내가 대통령이면 특임으로 김 지사에게 국가경영 전권을 드리고 싶을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고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뾰족한' 인상과 잦은 말 실수는 지도자로서 고쳐나가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건곤일척의 정치적 승부를 제대로 건 적이 없다는 점도 '포스트 박근혜 주자'로서 아쉬운 점이다. 그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지나치게 공격하는 모습도 마뜩잖게 바라보고 있다.
김 지사는 앞으로 '싸움꾼의 이미지' 대신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국가 발전 전략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모습이 유권자들이 바라는 김 지사의 '미래'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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