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기 시들해진 대학가 계절학기…수강생 31% 줄어든 곳도

취업 스펙 쌓는데 방학 투자…재학중 취업위해 졸업 늦춰

대학생들이 낮은 학점을 만회하거나 취업준비를 위해 미리 학점을 받는 용도로 활용하던 방학 중 '계절학기'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학원 수강이나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스펙'을 쌓는 데 방학을 투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 재학 중 취업을 위해 졸업을 늦추려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굳이 계절학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올해 여름계절학기 수강생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었다. 16일까지 여름계절학기를 운영하는 경북대의 경우 이번 여름계절학기 수강인원은 7천247명으로 지난해 여름계절학기 8천134명에 비해 887명(10.9%)이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대비 영남대는 1천872명에서 1천666명으로 206명(11%)이, 계명대도 1천712명에서 1천533명으로 179명(10.5%)이 줄어들었다. 대구가톨릭대의 경우 2009년 여름계절학기 때 1천351명이던 수강인원이 꾸준히 줄더니 이번 여름계절학기에는 930명으로 421명(31%)이 줄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취업이 안 된 상태에서 졸업을 하고 취업 재수생이 되면 자칫 취업 활동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취업을 미루려는 학생들이 많다"며 "이 때문에 과거처럼 계절학기를 이용해 학점을 더 따려는 학생들이 줄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낮은 학점을 새로 받기 위해 계절학기를 수강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며 "'이수학점포기제도'가 있기 때문에 낮은 학점은 포기해 버리면 된다"고 했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전혀 다른 계절학기 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졸업을 미뤄오다 취업이 확정된 4학년들이 마지막 학점을 채우기 위한 용도로 계절학기에 목을 매는 경우다.

점수가 좋고 나쁨에 관계없이 학점만 따면 되기 때문에 '계절학기 대리출석 아르바이트'를 이용한다. 대학 4학년 정모(25) 씨는 이번 여름방학 전 친구로부터 '계절학기 대리출석 아르바이트'를 제안 받았다. 전 씨의 친구는 취업을 위해 3학점만 남겨두고 졸업을 미뤄오다 이번 여름 취업에 성공했는데 졸업학점을 채우기 위해 계절학기를 신청했지만 회사 연수 기간과 겹쳐 수업을 들을 수 없었던 것. 정 씨는 "친구가 교수님을 찾아가 양해를 구해봤지만 단호히 거절해 어쩔 수 없이 출석을 대신해 줄 사람을 구한다고 했다"며 "F학점만 받지 않으면 30만원을 준다고 했는데 주변에 이런 제안을 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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