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A사의 회식 횟수는 지난해에 비해 절반가량 줄었다. 게다가 모든 사업 부서마다 '회식은 1차에서 한 가지 술로 밤 9시 전에 끝내자'는 '음주문화 119'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세계경기 불황으로 수출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도 얼어붙자 운영비 절감에 나선 것. 회사 임원은 "모든 회식을 확인하면서 불필요한 회식을 줄이거나 적은 비용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불황이 계속되면 다른 절감안도 찾아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산업계가 장기 불황 탈출을 위한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외부 원자재 가격 절감을 넘어 내부 운영 경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대구공단에 위치한 B사는 지난달 말부터 평소 주간작업의 30%를 야간작업으로 돌렸다. 점점 오르는 전기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비용이 저렴한 야간전기를 이용하고 있는 것. 정모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전기료라도 아껴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며 "우선 원가절감을 시도한 뒤 불황이 계속되면 다른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섬유업계는 '마른 수건도 쥐어짠다'는 마음으로 비용절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C섬유업체 대표는 "산업 특성상 직기를 멈추면 오히려 손해지만 재고만 쌓을 수 없어서 여름 휴가가 끝나는 8월초까지 전체의 20% 가량을 가동 중단했다"며 "주문량이 없으니 재고를 줄이고 전기료도 아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방법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염색공단의 경우 폐열 재활용 기술을 공동 개발해 원자재 비용 절감에 나선 데 이어 각 업체마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염색기술연구소 이도현 팀장은 "폐열과 폐용수, 증기 등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재활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은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처럼 적은 비용이라도 아껴서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버티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 하계 휴가비 지급을 줄이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최근 구미지역 70개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2012 하계 휴가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휴가비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체는 지난해(30.6%)보다 3.3%p 늘어난 33.9%로 나타났다.
또 96.7%의 기업체는 휴가비 지급액수가 지난해와 같고, 3.3%만 인상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일부 기업은 연차 수당 등으로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개인휴가를 적극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대구성서산업단지 김낙현 업무부장은 "세계경기 위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산단 내 기업들은 단기적인 방안에다 중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며 "동종 기업 간의 정보교류는 물론 원가절감을 위한 공동 연구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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