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통시장 아케이드로 갈린 '부익부 빈익빈'

현대화 시설 매출 증대 아케이드 근처만 집중

대구시내 전통시장에 아케이드가 잇따라 설치되면서 상인들 간
대구시내 전통시장에 아케이드가 잇따라 설치되면서 상인들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9일 오후 대구 달서구 진천동 월배시장의 경우 아케이드에서 먼 상가들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9일 오후 대구 서구 평리동 신평리시장. 지난 3월 새롭게 만든 시장 간판을 단 점포와 아케이드에 인접한 상점에는 고객이 많았다. 하지만 아케이드에서 먼 신평리시장 건물 1층 내부 50여 개의 점포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문을 닫은 점포 주변에는 수년째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비품이 흩어져 있었고 건물 내부에는 악취 나는 화장실과 먼지에 뒤덮인 자재와 비품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모(56) 씨는 "아케이드가 있는 쪽과 달리 시장 안쪽에는 점포 환경이 불량한 탓에 찾는 손님도 없다"고 했다.

대구시내 전통시장에서 아케이드 때문에 상인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아케이드와 인접한 상인들은 눈'비 걱정이 없어 반기고 있지만 아케이드에서 먼 상인들은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되레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불만이다.

같은 날 달서구 진천동 월배시장. 근처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기 때문에 아케이드 근처에 있는 점포에는 손님들로 붐볐다. 하지만 시장 1층 건물 안쪽의 점포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상인 이모(63'여) 씨는 "아케이드가 설치된 쪽은 저녁에도 손님이 많지만 아케이드가 없는 곳은 해가 지면 왕래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아케이드 주변에서 장사하는 사람들과 똑같이 관리비를 내는데 차별받는 느낌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북구 노원동 팔달신시장도 마찬가지다. 아케이드가 없는 곳의 슬레이트 지붕은 구멍이 나 있었고 천막과 담요로 덮은 일부 노점 지붕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도매상 김덕배(55'서구 비산동) 씨는 "일부 건물은 전기'조명시설이나 지붕 보수 등 시급한 문제가 있지만 시설 현대화 사업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면서 "똑같이 관리비를 내고 같은 시장에서 장사하는데 왜 개선사업에서 배제되느냐"고 반문했다.

시장 아케이드를 두고 상인들 간 명암이 갈리는 것은 인근 토지'건물주의 80% 이상이 동의해야만 아케이드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수 상인들은 시설 개선을 원하고 있지만 일부 토지'건물 소유자들이 반대해 시설개선 사업을 할 수가 없다.

2006년 아케이드를 설치한 남구 대명동 관문시장도 미관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건물주의 반대로 시설 현대화 사업에서 소외된 상인들이 많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숙자(58'여'남구 대명동) 씨는 "몇몇 건물주가 동의를 하지 않아 이 구역에는 아케이드가 없다"면서 "비 오는 날에는 장사하기도 번거로운데 손님들이 이곳을 찾지 않고 아케이드 안쪽으로만 다녀 더 속상하다"고 했다.

관문시장 내 건물주 이모(53'여'남구 대명동) 씨는 "아케이드만 설치한다고 손님이 더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굳이 아케이드에 돈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중에 건물을 쉽게 팔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전통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아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은 상인들에게도 시장 현대화 사업의 혜택이 골고루 가도록 해야 대형마트에 뺏긴 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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