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보면 사회의 최고위층을 다룬 드라마들이 여러 편 눈에 띈다. 최근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미니시리즈 '유령'과 '추적자' 등은 단순히 상류층을 넘어 VVIP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음모에 휘말리는 와중에 부당한 공권력 속에서 삶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소시민의 모습 역시 보여준다. 이에 비해 영화 '돈의 맛'은 임상수 감독의 연출작답게 한층 냉소적이고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모습으로 당사자들과 그 집단의 관찰자가 된 인물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두 드라마와 영화의 차이는 드라마가 방영 중이기는 하지만 권선징악의 구현 여부에도 있다. 물론 영화 안에서도 재벌의 가족사는 몰락해 가지만 처음부터 도덕이나 윤리의식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그들에게 영화의 엔딩이 몰락을 상징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해당 소재들이 쏟아져 나오고 관객과 시청자의 지지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대선 레이스가 코앞에 있다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한국 사회의 부와 성공이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물론 시대를 막론하고 권력과 재물이 특정 집단이나 인물에 편중되지 않았던 적은 별로 없었지만 평범하거나 형편이 여의치 않은 집안에서 자라난 소시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이 아닌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해 가기에도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해당 영화가 재벌 가족의 몰락을 보여줄 뿐 평범한 시민의 희망을 구현해주지 않기에 오히려 드라마보다 훨씬 우리의 현실에 가깝게 느껴졌다. 영화 관람 후기에 나타난 관객들의 불쾌감의 일부는 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필자는 판단한다.
반면에 사회의 거대하고 불합리한 벽을 부수기 위해 전진하는 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은 분명 판타지라 할지라도 시청자들에게 내일 아침 다시 일어나 하루를 살아야 할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의미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불편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찾는 것, 이 양자가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기에 필자 역시 좋은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 믿으며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창의적 고민을 이어 가고자 한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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