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한구 "입이 열 개라도…" 새누리 원내지도부 전격 사퇴

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등 국회 쇄신 주도 물거품 "국민들이 채찍 들어

이한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11일 전격 사퇴했다. 국회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자 그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이다. 이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그동안 국회 쇄신 차원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하면서 이번 체포동의안 처리에 앞장섰지만 결과가 정반대로 나오면서 지도력에 한계를 느꼈다는 게 사퇴의 배경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정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국민 여러분께서 갈망하는 쇄신 국회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데 대해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앞으로도 국회 쇄신은 중단 없이 지속돼야 하며 향후 유사 사례가 없기 바란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국회 쇄신에 대한 채찍을 들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9일 취임한 이 원내대표는 그동안 '국회의원 특권 포기'를 골자로 한 당내 국회 쇄신안을 주도했으나, 첫 시험대인 정 의원 체포동의안이 의원들의 반대로 부결되자 지도력에 한계를 느끼며 사퇴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내 한 관계자는 "이 원내대표가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진심 어린 호소를 했지만 그것이 의원들에게 먹혀 들어가지 않았고, 설득을 시키지 못했다는 데 대해 리더십의 한계를 느꼈다고 판단해 결과가 나오자마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의 사퇴 소식을 들은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이 원내대표를 직접 만나 사퇴를 만류했지만 뜻을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원내지도부의 총사퇴에 따라 새누리당은 11일 오후 서울 마포 서울가든호텔에서 황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13일 열리는 의원총회에서 수습방안을 논의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원내대표 선출권을 갖는 의원총회에서 이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야당도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를 구하기 위해 체포동의안 표결에 전략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 원내대표만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느냐는 의견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는 정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반대표가 156표인데, 새누리당 의석수(149석)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도 이 원내대표의 사퇴 소식을 듣고 "이번 일은 원내지도부가 사퇴할 일이 아니다"고 사퇴를 만류했다고 당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 원내대표 재추대를 추진할 예정이지만 좀처럼 말을 번복하지 않는 그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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