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종군 위안부 아닌 성노예

일본이 전시 성 노예로 동남아 각국 20만 여성의 피눈물을 흘리게 한 것에 대한 진정한 반성은커녕, 미국의 성 노예 규정이 틀린 표현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미국 내 한국인들이 세운 성 노예 기림비를 철거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과거사 반성을 외면하면서 인류의 평화공존에 반(反)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위안부(comfort women)가 아니라 총칼 앞에 강제당한 성 노예(enforced sex slaves)였음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의 감정을 건드릴까 봐 조심스러웠다. 이번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일본 군대의 성 강제는 심각한 인권침해이며 '성 노예'로 삼은 것이라고 규정한 데 대해 우리 할머니들도 지지를 표명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위안부라는 용어를 전면 폐기하고, 성 노예를 강제당한 우리 할머니들의 억울한 삶을 되살려내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힐러리의 이번 언급은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저지른 전시 성범죄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인 인권 잣대를 적용한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패트릭 벤트렐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 여성들에게 일어난 일은 비참했다"며 지원 입장을 뚜렷이 했다.

이미 미 하원은 2007년 일본이 제2차대전 중 성 노예를 강요한 데 대해 공식 사과하라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었고, 네덜란드 하원, 캐나다 의회, 유럽 의회, 유엔 인권이사회도 일본에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마이동풍이다. 오히려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상은 "미 국무장관이 성적 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면 이는 틀린 표현"이라며 편향된 입장을 노출했다. 일본은 성 노예 동원이라는 반인륜 범죄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그리고 지금이라도 법적 책임을 다하려는 세계시민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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