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직장 단골집] <116> 두산로보트 직원-가마솥 진(陳) 순대

알싸하고 씹을수록 쫄깃…홍어 내장·코 '일품'

맛집은 유명세를 타지 않아도, 골목길에 숨어 있어도 입소문으로 손님들이 찾아온다. 가끔 이런 집을 발견하면 마치 산 속을 헤매다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기쁜 마음이 든다. 대구 수성구 만촌동 '가마솥 진(陳) 순대'가 그런 집이다. 겉모습은 서민적인 동네식당이다. 하지만 한번 발걸음하면 그 순수한 맛에 끌려 자연스럽게 단골이 된다.

전용 주차장은 없다. 간판도 소박하다. 벽에 걸린 메뉴판의 가격도 부담 없다. 선뜻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고급 음식점보다, 주머니가 가벼워도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이런 집이 실속 있고 정겹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삭은 홍어 냄새가 훅 풍긴다. 단번에 홍어 집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홍어를 즐기는 미식가들은 입소문으로 '가마솥 진(陳) 순대'를 잘 안다. 간판은 13년 전 첫 출발할 때 진소희 사장의 성을 따 지은 '가마솥 진 순대' 그대로다. 단골손님인 두산로보트 안진호 대표는 "화려하진 않아도 진득한 정이 있고 주인의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며 "이젠 고향 집 음식처럼 익숙해 그 맛에 푹 젖어 있다"고 소개한다. 그 배경엔 전남 장성 출신인 진 사장의 음식 솜씨가 비결이다. 진 사장은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순대 집으로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해 3년 만에 많은 빚을 다 갚을 정도였다"고 말한다. 전라도가 고향이라 홍어 음식도 시작했다. "그 당시만 해도 대구사람은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고향에 갈 때마다 흑산도 홍어를 사와 인근 주민을 초청해 무료 시식회를 하는 등 홍어 맛을 알리기 위해 애를 썼다"고 말한다. 안 대표는 "처음엔 홍어 냄새가 싫다가도 차츰 익숙해지고 그 맛에 매료돼 마니아가 됐다"고 설명한다. 기다리던 홍어가 등장한다. 접시에 가지런하게 놓인 홍어삼합부터 들어온다. 진 사장은 "오늘은 홍어 코스를 제대로 맛보이겠다"고 말한다. 홍어 코스에는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필요한 갓김치와 묵은 김치가 곁들여졌다. 홍어 '애'와 '코''부침개'가 순서대로 선보인다. 마지막 코스는 홍어탕이다. 점점 강렬해지는 맛으로 순서를 정했다. 먼저 홍어 애(간)를 소금 참기름에 살짝 찍어 맛보는 순간, 알싸한 맛이 입안에 확 번진다. 강렬한 맛에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다. 두산로보트 강대식 차장은 "평소 가장 강한 맛이라고 알려진 홍어 코는 물렁뼈와 함께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매력"이라며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김영식 과장도 "홍어는 '홍탁'이라는 말이 있듯이 말걸리와 함께 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서보경 대리는 "홍어 애와 코 등은 다른 집에서는 잘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라며 "강렬한 맛이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고 오히려 매력 있다"고 말한다.

이영진 과장은 "독특한 냄새 때문에 평소 홍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 대신 순대전골은 기름지지 않고 냄새도 없고, 쫄깃한 맛과 칼칼한 국물 맛이 좋다"고 말한다.

오늘은 홍어 알밥과 만두, 최근 진 사장이 새로 개발했다는 '홍어라면'까지 맛보인다. 푹 삭힌 홍어 몇 점을 넣은 라면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쫄깃한 면발과 속이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진 사장은 "홍어라면은 1시간이 지나도 절대로 면이 퍼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며 "앞으로 정식 메뉴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한다. '가마솥 진 순대'의 홍어 요리와 순대 맛의 비결은 즉석에서 금방 요리해서 손님상에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느끼하지 않고, 칼칼하고 담백한 맛 그대로 유지한다고 귀띔한다.

흑산도산 홍어는 회 3만5천원, 삼합 4만원이다. 칠레산은 회 1만5천원, 삼합 2만원, 무침 2만5천원이다. 순대도 있다. 순대전골과 야채순대는 각 8천원, 순대국밥'돼지국밥'육개장 등은 각 5천500원이다. 흑산도 홍어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예약은 053)744-0977.

##추천 메뉴-순대전골

당면'돼지고기에 15가지 양념 배합 '얼큰한 국물맛' 자랑

"우리 집 순대는 직접 만들기 때문에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마솥 진 순대'에서는 손님이 주문하면 즉석에서 순대를 삶아 손님 상에 낸다. 순대 속은 당면과 돼지고기 등 15가지의 다양한 양념이 들어 있다. 채소와 다양한 양념을 적절하게 배합해 끓이면 멋진 전골이 된다. 얼큰한 국물은 속을 시원하게 해 속풀이 음식으로도 제격이다. 쫄깃하게 씹히는 순대는 구수하고 다양한 맛을 선사한다. 처음 장사할 땐 전문집에서 순대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직접 순대를 만들고 있다. 진소희 사장은 "맛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고 말한다. "인조 순대는 계속 스팀을 가해도 먹을 수 있지만, 진짜 순대는 자꾸 찌면 점점 더 질겨진다"며 "금방 삶은 순대를 즉석에서 요리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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