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돋보기] 과학일기 제대로 쓰기

'오늘은 비눗방울을 만들어 보았다. 철사로 동그라미, 세모, 네모, 별, 하트, 숫자 2, 고양이를 만든 다음 비눗물에 담갔다가 후 불었다. 처음에는 잘 안 됐는데 나중에는 내가 제일 큰 비눗방울을 만들었다. 뭐든지 열심히 하면 잘 되나 보다. 모든 비눗방울이 크기만 다를 뿐 모두 동그라미 모양을 띠었다. 그리고 큰 비눗방울을 만들려면 살살 불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는 테이프, 철사, 빨대 등이 있다. 알 없는 안경으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글은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 비눗방울 만들기 실험을 한 뒤 쓴 과학일기의 일부다. 일기에는 비눗방울을 만들면서 느꼈던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비눗방울과 큰 비눗방울을 만드는 방법과 실험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을 쓰고 있다. 하지만 세모나 네모난 철사로 비눗방울을 불었는데도 왜 동그란 비눗방울이 생겼는지에 대한 의문 등은 빠져 있다.

이처럼 과학일기를 쓰게 되면 공부한 내용 중 무엇을 알게 되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수학일기와 마찬가지로 교사나 부모는 학생 개인이 얼마만큼 학습을 이해하고 습득하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더구나 과학일기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글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개념을 깨우치고 기억을 오래가게 하는 데도 유용하다.

그렇다면 과학일기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 과학일기를 쓰는 시기를 단정적으로 못 박을 수는 없다. 과학을 처음 접한 시기나 개인의 글쓰기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과학일기를 기록하는 양이나 내용은 학년이나 연령보다는 개인 성향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그렇더라도 학년에 따른 일기쓰기 방법의 일반적인 분류는 가능하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탐구하는 과정 중에서 느낀 감정을 중심으로 생생하게 살려 쓰면 좋다. 이를테면 친구들과 함께할 때의 느낌이나 기분 등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과학일기를 많이 적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면 오히려 내용이 부실해지고 흥미를 잃기 쉽다. 따라서 내용이 몇 줄 되지 않더라도 공부한 부분의 핵심이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는 저학년이라면 그림일기 방식도 괜찮다. 공부한 내용 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짧은 문장부터 시작해 차츰 긴 문장을 쓰도록 한다. 처음부터 과학일기는 과정과 결과를 정리'기록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공부한 내용의 과정과 결과를 기록하도록 한다. 문제해결과 탐구의 과정, 새로 알게 된 점과 느낀 점 등을 기록하면 된다. 또 앞으로 탐구하고 싶은 점과 그것을 어떻게 탐구할 것인지의 계획 등도 쓸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기록하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스스로 느끼고 꾸준히 적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음 글은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물 부족 현상과 물이 순환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공부를 한 뒤 쓴 과학일기의 일부다.

'오늘은 물 부족 현상에 대해 공부했다. 물 부족 현상을 이해하려면 물의 순환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의 순환에는 유입과 증발이 있다. 유입이란 비나 눈을 말하고 증발에는 증산 작용이나 증발이 있다.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가 된 것은 왜일까? 첫 번째는 7, 8월에만 집중적으로 내리는 불규칙한 강우량이고 두 번째는 국민들의 물 소비량이 많기 때문이다. 물 부족 현상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은 물세를 늘리고 물 절약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또 나무를 심는 일도 중요하다.'

앞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쓴 글과는 달리 공부한 내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탐구 결과의 문제점과 느낀 점, 그리고 물 부족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같은 과학일기는 생활일기와는 달리 친구들과 돌려 보는 것도 가능하다. 과학지식을 서로 나누고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송은경(와이즈만영재교육 대구중부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