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 바코드 같은 선들이 무수히 그어져 있다. 또는 작은 점이 찍혀 있다.
얼핏 보면 바코드 같기도 하고, 전기나 음파 신호가 기록된 펄스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관람객들은 점들을 뚫어져라 살펴보며 그 사이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혹시 문자 이미지가 숨겨져 있지나 않은지 관찰하게 된다. 하지만 의미는 '없다'.
박종규의 전시 '레이어 앤드 디멘션스(Layers & dimensions)가 갤러리 분도에서 16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린다. 층위를 의미하는 레이어(Layer)와 차원을 의미하는 디멘션(dimension)이 이번 전시에서 복수형이 됐다. 그동안 2차원, 3차원의 공간을 동시에 표현하려는 조형적 시도를 해오던 작가는 이제 그 이상의 확장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평면 작품과 사진, 영상, 조명 작품을 선보인다. 하나의 분명한 개념을 가지고 다양하게 확장시키는 작가의 지적인 확장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애매한 게 좋아요. 완성 직전의 어떤 상태, 경계와 경계 사이의 그 느낌을 좋아하지요. 작품도 마찬가지예요. 이번에 선보이는 조명은 벽에 거는 조각 같기도 하고, 사진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죠."
작가는 캔버스 위에 점이나 선으로 된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의 작업은 '선택되고 난 후 배제된 것들'을 다시 환기시키는 작업이다. 소리에 포함된 노이즈처럼, 이미지에도 일종의 노이즈가 있다는 것. 늘 의도하지 않은 실수처럼 여겨지던 노이즈를 따로 모아서 화폭에 담는다.
사진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담아내고 있다. 재개발지구, 또는 건설 현장의 건물 사진을 흑백으로 찍어 사진을 프린팅한 후 특정 부분만 광택을 올리는 후작업을 한다. 그러면 한 화면 안에 흐릿하고 선명한 이미지가 대비되고 이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갤러리 안의 작품뿐만 아니라 조형적 감각을 도시 디자인 곳곳에 활용하고 있다. 백화점 펜스, 영상작품, 거리 디자인 등 그의 흔적을 간간이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10월 독일 쿤스트독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를 기념해 대규모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의 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평면 작품의 뒷배경에 붓 터치를 남기는 등 역동적인 느낌을 강조했습니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