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 중학생 오모(14) 군은 최근 수업시간에 조는 일이 잦아졌다. 새벽 2, 3시까지 게임을 하다가 잠깐 눈을 붙인 뒤 학교에 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심야시간에 자신의 아이디로 게임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한 동안 게임을 하지 않았지만 어머니 주민등록번호로 회원 가입을 한 뒤 또 다시 게임에 빠졌다.
오 군은 "어머니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가입했기 때문에 새벽에도 아무 문제없이 게임을 할 수 있다"며 "학교에 오면 너무 피곤해 학업에 지장을 받지만 게임을 끊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청소년들의 게임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가 실효성을 잃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일부 인터넷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청소년들이 심야시간에도 부모님의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거나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 이모(14) 군은 "친구 대부분이 부모님이나 다른 어른들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게임 사이트에 가입한 후 새벽까지 게임을 하거나 주말에는 PC방에서 정액제를 끊어 밤새도록 게임을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도 자식들을 통제하기 어렵다. 중학생 아들을 둔 고민정(44'여) 씨는 "아들이 새벽에 방 문을 잠근 채 몰래 게임을 한다. 새벽에 게임을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타일렀지만 말을 듣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실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셧다운제 뚫는 법'을 검색하면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셧다운제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셧다운제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달 1일부터 부모의 요청에 따라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시행하고 있다. 게임시간 선택제는 자녀가 게임 회원으로 가입할 때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하고, 부모는 자녀의 게임시간을 정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많은 청소년들이 성인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 역시 효과가 없다.
고등학생 이모(17) 군은 "왜 내가 게임하는 시간을 부모님이 정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며 "부모님께 일부러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 난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 백용매 교수(심리학과)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며 또 몇 시간 정도 게임을 하는지 잘 관찰하고 게임중독이 의심될 경우 전문적인 상담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김항섭기자 suprem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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