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는다.' 극심한 양극화를 경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을 꼬집은 표현이다. 이런 가운데 시골마을 이장 출신의 정치인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12'19 제18대 대통령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김두관(53) 전 경남도지사다.
◆서울 아닌 고향에서 정치적 기반 구축
그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정치인이다. 대권 도전에 나선 여느 정치인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소위 명문대학교를 졸업하지도 않았고, 사법시험'고등고시에 합격한 적도 없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도, 운동권에서 잔뼈가 굵은 투사 출신도 아니다.
김 전 지사는 고향인 경남 남해군의 시골마을 이장을 시작으로 지역 주간신문사 사장과 군수를 거쳐 장관과 도지사를 지냈다.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내디뎠다. 이 과정에서 선거에 여덟 번 출마해 다섯 차례 쓴잔을 마셨다. 민주당 깃발을 내걸고 치른 선거에서는 모두 경쟁 후보에 무릎을 꿇었다. 지역구도의 벽을 절감한 셈이다. 7전8기 끝에 지난 2010년, 도백의 자리에 올랐지만 대망을 위해 이달 6일 지사직을 내려놓았다. 야권에선 김 전 지사가 걸어온 인생역정을 감안하면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 없는 후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전 지사는 대학 졸업 후 '고향 앞으로'를 선택했다. 친구들 대부분이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위해 서울행을 고집하던 때였다. 농민회를 조직해 왕성하게 활동하자 지역민들로부터 신망을 얻기 시작했다. 고향에서 거둔 농민운동의 성과가 정치적 자산이 된 것이다. 여타 대선 주자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면모다. 이른바 지역밀착형 정치인의 전형을 정립한 것이다.
그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해 남다른 열정을 보이는 이유도 그의 성장무대가 바로 지방이기 때문이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성장한 정치인의 대권 도전라는 점에서 한국정치사에서 전례 없었던 실험이다.
◆키워드는 평등한 민주공화국
김 전 지사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공화국'이다. 자신의 좌우명인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백성은 가난한 것에 노하기보다는 불공정한 것에 노한다)의 정신이 녹아 있다.
그는 이달 8일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가진 출마선언식에서 "2012년의 시대정신은 박정희식 개발독재와 신자유주의를 극복해 평등국가를 여는 것"이라며 "평등국가가 김두관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또 "평등하게 잘 사는 나라가 선진국이고 계층 이동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평등이 새로운 발전의 동력이 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이를 위해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가 보장되고 사회적 약자와 강자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사회적 규칙을 마련하는 한편 결과의 차등은 인정하더라도 국가가 합리적 조정을 통해 약자와 강자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스토리+영남 출신 민주당 후보
김 전 지사는 민주통합당 내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늦게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출마 선언과 동시에 문재인'손학규 상임고문과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했다. '스토리가 있는 정치인'인데다 그의 정치적 기반인 경남지역에서의 득표력이 대선 본선에서 크게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아울러 새누리당 텃밭에서 8차례 공직 선거를 치르는 동안 '현미경 검증'을 거뜬히 소화했기 때문에 대선 정국에서 돌발악재가 터질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한 차차기 주자로 거명되기 시작한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행정자치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광역단체장을 역임하는 등 대선 준비를 착실하게 했을 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에 '적'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확장성이 높은 후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김 전 지사 캠프의 한 관계자는 "출사표를 던진 대선 주자들이 모두 서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지만 김 전 지사만큼 서민의 삶을 직접 살아온 후보는 없다"며 "서민 눈높이로 국정을 살피는 대통령이 아니라 서민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지사 캠프에선 그의 후덕해 보이는 외모도 득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낮은 인지도는 고민, 노무현 그림자도 걷어내야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아직까지 김 전 지사를 아는 유권자들이 많지 않다. 재미있는 얘깃거리인 김 전 지사의 인생역정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더불어 김 전 지사가 노무현 정부에서 국무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참여정부의 실정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전 지사가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얼마나 득표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하긴 했지만 중앙정치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 전 지사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고 있는 영남에서의 득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지사 중도 사퇴에 대한 지역 여론이 좋지 않아 대선 정국에서 기대했던 만큼 영남표를 가지고 올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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