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식량 불평등' 불편한 진실은…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슈테판 크로이츠베르거'발렌틴 투른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 펴냄

2012년 한국에는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난다. 전국적으로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는 1만5천75톤에 이른다. 8톤 트럭으로 1천880대 분량이다. '냉창고'로 불리는 냉장고 속도 먹지 않는 음식물로 가득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냉장고 속에 있던 채소류의 12.5%, 과일류 5.7%, 냉동식품류는 4.1%가 그냥 버려진다.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는 2억7천만 명이 기아로 고통받는다. 특히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에는 주민 3명 중 1명이 영양실조로 신음한다. 극심한 '식량 불평등'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5월 매년 13억 톤의 식량이 헛되이 생산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총량과 맞먹는다. 누군가는 먹지 않고 내버리기 바쁘고, 누군가는 단 한 조각의 빵도 구하지 못해 죽어가는 불편한 진실. 식량이 순환하지 못하고 대량 생산과 대량 폐기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적인 식량 불평등을 짚어낸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주제는 비슷하지만 바라보는 방향은 다르다. '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지는데 누군가는 굶어죽는가'는 선진국에서 일상적인 식량 낭비 현상을 분석했고,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는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등 가난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기아의 참상과 원인을 탐구한다.

'왜 음식물의 절반이…'는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량의 손실과 낭비에 대해 들여다본 책이다. 대형마트의 식품 매장에 갖가지 신선한 채소가 가득 진열돼 있다. 조금 흠이 났거나 구부러졌거나 껍질이 시든 채소는 진열대에 오르기도 전에 모두 버려진다. 상품성이 없다는 게 이유다.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도 충분히 먹을 수 있지만 가차없이 쓰레기가 된다. 이와 같이 맛이나 영양에 문제가 없는데도 버려지는 식품들은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3분의 1에 이른다. 과잉 생산과 무책임한 소비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과잉 생산된 식품들은 개발도상국에 저가로 수출되면서 해당 국가의 농업 기반을 초토화시킨다. 저자는 과잉 생산을 줄이고(reduce), 남은 식량을 분배(redistribute)하고, 식품 찌꺼기를 재활용(recycle)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계획적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상품을 고르며, 정치적'비판적인 소비를 하는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368쪽. 1만8천원.

◆굶주리는 세계, 어떻게 구할 것인가?/장 지글러 지음/양영란 옮김/갈라파고스 펴냄

'굶주리는 세계…'는 유엔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가 지난 8년의 동안의 절망과 희망을 기록한 책이다. 현재 전 세계의 농업 생산량은 120억 명의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이 풍요 속에서도 5초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는다. 특히 남반구 국가들은 해마다 영양실조로 허덕이는 수백만 명의 여성들이 영양실조를 겪는 수백만 명의 아이를 낳는다. '노마'는 기아의 단면을 보여주는 가슴아픈 질병이다. 노마에 걸리면 얼굴이 부어오르고 썩어들어가며 입술과 뺨 대신 커다른 구멍이 뚫린다. 충분한 영양만 섭취해도 쉽게 예방할 수 있지만 아이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는다.

저자는 식량 가격 급등을 조장하는 탐욕스러운 투기꾼들과 50리터의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잠비아 어린이 한 명의 1년치 먹을거리인 358킬로그램의 옥수수를 불태우는 다국적기업들의 행태를 폭로한다. 부패한 정부 관리들은 이들의 착취를 방조한다. 영구적인 기아를 해결할 방법은 식량투기꾼에 맞서는 시민들의 연대 뿐이다. 360쪽. 1만6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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