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모옌 지음/심규호'유소영 옮김/민음사 펴냄
이달 초 중국 푸젠성의 공무원들이 임신 7개월 된 주부를 강제 낙태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들 부부는 아이 출산을 위해 2만위안의 벌금까지 냈지만 결국 공무원 60여 명에게 끌려가 낙태를 당했다. 이미 남매를 두고 있어 더 이상 아이를 낳으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달에도 중국 산시성의 임신부가 강제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한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샀다. 기진맥진해 있는 산모 옆에 태아 사체가 놓여 있는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적인 분노를 일으켰다. 중국에서 산아제한 때문에 호적에 오르지 못한 '어둠의 자식'은 1천3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옌의 소설 '개구리'는 '계획생육'이라는 폭력적인 국가의 가족계획 아래 중국 농촌사회가 겪었던 고통과 비극을 다룬 책이다. 폭력적인 인구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과 인물들 간의 갈등을 세세하게 그리고 있다. 소설의 화자는 작가 자신이지만 주인공은 산부인과 의사이자 '계획생육'의 실무자였던 고모다. 고모는 새로운 서양 의술을 익힌 산부인과 의사로서 누구보다 생명의 가치와 권리를 존중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1965년 가오미 현 공사의 계획생육 지도분과 부과장이 되어 국가정책을 집행하는 책임자가 되자 국가윤리에 충실한 '도살' 집행자가 되고 만다.
이 책은 화자인 커더우가 스기타니 요시토에게 보내는 다섯 통의 장문 편지와 9막짜리 극본으로 구성된다. 소설의 서사 공간을 확대시키고 소설을 더욱 풍부하고 다의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신식 조산 훈련을 받은 고모는 '살아있는 보살이자 삼신할멈'으로 추앙받았다. 고모가 받아낸 아이는 1만여 명을 헤아린다. 그러나 공군 조종사인 약혼자가 타이완으로 망명하고 '반역자의 약혼녀'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면서 고모는 '계획생육'이라는 국가 정책의 충복으로 변신한다. '삼신할멈'이 '죽음의 사자'로 변신하는 셈이다.
계획생육은 수많은 가정에 셀 수 없을 정도의 고통과 비극을 안겼다. 농촌에서 한 쌍의 부부가 남자아이를 낳으면 더 이상 아이를 낳지 못하며 만약 첫째가 딸일 경우 8년이 지난 후에 다시 한 명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남아선호 사상이 뚜렷한 마을 사람들은 불법 임신을 감행하고 고모는 점점 폭력에 의존하게 된다. 임신부를 데려가기 위해 무장 민병을 동원하고 트랙터로 집을 허물겠다고 위협한다. 임신부 집 앞에는 확성기를 통해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대들이 지하동굴, 밀림 속에 숨어 있다 해도 도망칠 수 있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계획생육을 파괴하는 자는 당의 기율과 국법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임신 7개월인 소설 속 화자의 아내를 향해 서슬 퍼런 위협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고모였다. 고모는 '계획생육'(산아제한)의 명목 아래 조카 며느리에게 낙태를 종용한다. 울며 끌려간 아내는 결국 임신 중절 수술 도중 과다 출혈로 목숨을 잃는다. 낙태를 피해 강물에 뛰어들었던 장취안의 아내도 익사했고, 숨 막히는 숨바꼭질 끝에 복숭아 운반 뗏목을 타고 달아나던 천비의 아내 왕단도 결국 미숙아인 천메이를 낳고는 숨을 거둔다. 왕단의 죽음과 함께 고모는 뒤늦게 회한에 사로잡힌다. 은퇴한 고모는 자신이 낙태시킨 아이들의 모습을 남편과 함께 점토 인형으로 빚는다. 2천800번째 점토 인형. 다름 아닌 화자의 첫 아내가 낳지 못한 아이였다.
소설은 계획생육에서 대리모 문제로 연결된다. 아이가 없던 커더우는 '황소개구리 양식장'이란 간판을 걸고 대리모 사업을 하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천비의 딸 천메이의 배를 빌려 아이를 얻게 된다. 천메이는 아이를 돌려달라고 애원하지만 증인으로 등장한 고모가 자신이 직접 아이를 받았다고 증언해 친권을 인정받는다. 죄책감에 시달린 고모는 스스로 검은색 밧줄에 목을 매지만 커더우가 발견해 목숨을 건진다.
'개구리'라는 제목은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와와(娃娃)는 '갓난아기' 또는 '인형'을 뜻한다. 중국어로 개구리의 발음 역시 와(蛙)이다. 개구리는 산둥성 가오미현 둥베이 향의 토템이자 다산의 상징이다. 숱한 임신중절수술을 주도했던 고모가 속죄의 의미로 만든 것도 '점토인형'이다. 주제는 무겁지만 책장은 쉽게 넘어간다. 극본의 9막에서 목숨을 부지한 고모의 대사는 이 소설이 인과응보가 아니라 참회와 화해를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샤오스쯔, 젖 나와?" "네. 풍풍 잘나요." "얼마나?" "샘물처럼 솟아요." 2011년 마우둔 문학상 수상작. 544쪽. 1만5천원.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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