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땡볕·비 그대로…車 기다리기 괴롭다"

지붕 없는 대구 버스정류장 이용객 여름 하소연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오거리 앞 버스정류장은 이용객이 많지만 쉘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오거리 앞 버스정류장은 이용객이 많지만 쉘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이달 10일 오후 대구 북구 복현동 복현오거리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 10여 명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한 손으로 따가운 햇볕을 막고 다른 손으로는 손부채질을 했다.

이 버스정류장은 10개 노선의 버스가 서는 데다 인근에 대학교가 있어 하루 이용객이 1천400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비와 바람,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버스쉘터'(정류장 지붕)가 설치되지 않아 버스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등'하교 때마다 이 버스정류장을 이용한다는 대학생 하지민(24'여'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비와 햇볕을 막아주는 지붕이 없어 버스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면서 "비가 오는 날에는 두 손에 우산과 가방을 들고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비에 흠뻑 젖는다"고 했다.

대구 동구 효목동 주민센터 앞 버스정류장에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햇볕을 막아줄 쉘터가 없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버스정류장 근처 상점의 그늘에서 햇볕을 피하고 있었다.

이모(57'대구 동구 효목동) 씨는 "장사하는 가게 앞에 서 있으면 괜히 눈치가 보인다"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더위를 피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쉘터가 설치된 버스정류장은 전체 2천756개 중 823개로 29.8%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구시는 예산이 부족해 전체 버스정류장에 당장 쉘터를 설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쉘터 한 개 설치비용이 1천여만원에 달하기 때문. 지난해 쉘터 설치 예산은 8억4천만원으로 74개 정류장에 쉘터를 설치한 데 이어 올해는 77개를 더 지을 예정이다.

또 버스 이용객들은 쉘터 설치 기준이 모호해 정작 필요한 곳에는 설치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쉘터 설치는 이용하는 승객 수보다는 3m 이상의 인도 폭 확보와 각 구별 쉘터 설치 현황, 민원 접수에 따라 이뤄진다.

대구 동구 효목동 태왕메트로시티 앞 버스정류장에서 30여 분을 기다렸지만 버스 이용객은 단 1명에 불과했다. 2개 노선만 지나가는 이 버스정류장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쉘터가 늘 비어 있는 반면 맞은편 버스정류장은 이용객은 많았지만 쉘터가 설치돼 있지 않다.

대구시 관계자는 "쉘터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한꺼번에 많은 곳의 쉘터를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신선화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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